인구 100만 명이 넘는 경기도 수원·용인·고양과 경남 창원이 어제 ‘특례시’로 재탄생했다. 인구 100만의 ‘밀리언시티’는 국제적으로도 대도시 기준이 된다. 덩치는 웬만한 광역시만 하면서도 인구 5만 명의 소도시와 함께 기초 지방자치단체로 분류됐던 이들 도시가 소폭이나마 자치권을 확대하면서 특색 있는 도시로 발전할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특례시가 출범했지만 4개 시와 의회 쪽 분위기를 보면 기대와 포부보다 불만이 적지 않다. 시의 급이 달라졌다는 점은 숙원 해소이지만, 실질적 자치권한 확대나 재정자립 방안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통 관리, 산업단지 육성 등에서 자율 사무가 늘었고, 주민 복지 수혜가 좋아진 정도여서 그렇게 주장할 만도 하다. 하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급격한 도시화에 따라 덩치가 커진 기초단체에 자치권을 갑자기 늘려주는 것에 부담과 위험이 따른다고 볼 수도 있다. 도(道)와의 관계나 다른 지자체와 형평 문제도 있다. 차기 특례시의 유력 후보인 성남시의 ‘대장동 게이트’에서 시와 시의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돌아봐도 그렇다.

특례시가 이름을 살리며 발전하려면 ‘권한확대 투쟁’보다 우선은 주어진 틀에서 ‘성과배가 운동’에 매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광역자치단체로 시·도가 그대로 버티고 있는 현실에선 이 전략이 최선이다. 수도권 3개 특례시는 서울인구 수용 방안을 짜내며 대한민국 수도의 이상비대증을 완화하는 전략을 짜볼 만하다. 유일한 비수도권인 창원은 최근 논의가 시작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통합 메가시티의 부축(副軸)이 되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특히 창원은 지역 인구감소라는 쓰나미에 휩쓸려 특례시 지위를 다시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 특례시 시장들과 시의회 쪽에서는 재정권과 시의 조직·인사권 확대를 요구해왔다. 의욕과 의지의 표시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시장 권한이 아니라 시민이 체감하는 시 행정의 업그레이드다. 4개 시의 순항 발전은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과제의 해법 찾기라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그런 방향에 부합한다면 정부와 국회도 특례시의 권한 확대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서울과 비(非)서울의 격차 해소는 당면 과제다. 거대도시 비대화와 여타 지역의 인구 감소는 세계적 현상이지만, 산업화로 한국에서는 그 속도가 과도하다. 특례시가 덩칫값·이름값을 하면서 그 해법까지 보여주는 모범사례가 되기 바란다. 선진 자치행정으로 탄탄한 성과를 낸다면 우대는 절로 뒤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