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권말 문체부의 엉터리 낙하산 인사
“예술행정가로서 경영을 해본 적도 없고, 오케스트라에 관한 식견도 높지 않은데 대표가 된 게 납득이 안 됩니다. 악단 이름에 ‘국립’을 달아줄 테니 장관이 꽂아 넣은 대표에 충성하라는 겁니까.”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한 단원은 12일 이렇게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날 코리안심포니의 새 대표로 성악가인 최정숙 전 숙명여대 겸임교수를 임명한 데 대한 반응이다. 코리안심포니는 매년 문체부로부터 약 60억원을 지원받는 국영 오케스트라다. 다음달 악단 이름에 ‘국립’을 추가해 국가대표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하려는 시점에 문체부가 예술단체를 이끈 경험이 없는 사람을 대표로 임명해 황당하다는 것이다.

음악계에서도 정권 말기의 전형적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 무경험자나 성악가를 오케스트라 대표에 임명한 전례가 없어서다. 2019년 임명된 박선희 전 대표는 금호문화재단에서 조성진 등 클래식 영재를 발굴·육성했고, 베를린필하모닉과 뉴욕필하모닉의 내한공연을 성사시킨 전문가다. 2015년 임명된 이원철 전 대표는 서울시향 경영본부장, 성남문화재단 등을 거친 베테랑이다.

문체부는 “신임 대표이사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발레·오페라 등 국립 예술단체와의 협력을 활성화하고 단체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최 대표는 2010~2012년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일했고, 국내와 유럽 무대에서 공연해왔다고 한다.

행정 경력은 2008~2010년 이탈리아국제음악협회(FMI) 부회장을 맡은 게 전부다. 이마저도 명예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FMI는 2000년 이탈리아 브레시아 지방에서 결성된 협회로 매년 분야별 콩쿠르를 개최한다. 최 대표는 2005년 브레시아 국제콩쿠르에서 준우승을 했다. 2010년 그가 심사위원을 맡았던 ‘피아 테발디니 피아노 콩쿠르’도 FMI가 주최했다.

한 성악가는 “FMI는 마스터클래스 수익을 늘리려고 매년 콩쿠르를 여는데, 대회의 위상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협회가 한국 유학생들에게 대회를 홍보하기 위해 그를 기용했다는 것이다. 국제콩쿠르라지만 둘 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된 적이 없다.

이 같은 인사에 대해 황희 문체부 장관의 보은성 인사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최 대표는 황 장관이 국회의원이었던 시절인 2017년과 2018년 연 지역구 송년 음악회에 출연한 적이 있다. 참외밭에서 신발끈 고쳐 신지 말라는데, 굳이 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