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6개 대기업 총수의 오찬간담회가 어제 청와대에서 열렸다. 청와대는 “청년 일자리 창출 노력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가 설계한 ‘청년희망 ON 프로젝트’에 참여해 3년간 18만여 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데 대한 격려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참석 기업인들의 속내는 꽤나 복잡했을 것이다. 기업인을 소집해 짧은 공치사 후 한아름 숙제를 떠안기는 일이 무수히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대통령은 “이런 노력들이 더 확산되길 바란다”며 일자리를 더 만들라고 압박하는 듯 비쳤다.

대통령의 “정부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노력해왔다”는 말도 공감하기 어렵다. 정부는 그동안 최저임금 급속 인상, 주 52시간제 밀어붙이기, 기업규제 3법 폭주 등을 통해 일자리를 파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상반기 청년 체감실업률이 25.4%로,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자라는 데서 분명히 드러난다. 대졸자 고용률도 75.2%로 OECD 37개국 중 31위다.

“좋은 일자리 창출은 기업 몫이고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뿐”이라고 한 발언은 더 공허하게 들린다. 기업 지원은커녕 온갖 규제로 발목을 잡고 ‘공공 알바’에 혈세를 퍼부었지 않았나. 정부가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 일이 있다면 설명해주기 바란다. 그래도 회동 후 청와대는 ‘청년층에 점수 땄다’며 흐뭇해할 것이고, 기업들은 돌아가서 뭔가 숙제를 하는 척할 것이다.

불과 6개월 전에도 청와대는 44조원 대미 투자로 한·미 정상회담을 지원한 기업들을 불러 격려했다. 당시 기업인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과 규제완화 등을 요청했다. 대통령은 ‘공감한다’고 했지만 이 부회장 사면은 지금 거론조차 안 된다. 기업을 사방에서 옥죄는 규제는 더 강해지고 있다. 직원의 극단적 선택과 심장병까지도 경영자가 책임지라는 세계 최강 규제를 담은 어이없는 법(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코앞이다. 하청 중소기업의 산업재해까지 책임져야 할 원청기업은 국내 거래를 줄이고 자동화로 대처할 게 뻔하다. 이렇게 또 일자리는 줄어들고 산업생태계는 파괴되고 말 것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누가 뭐래도 거대 기득권 노조다. 전 세계가 전기차로 질주하는데 현대자동차가 노조와의 협상안을 마련하지 못해 전기차 공장 청사진조차 못 내놓는 현실이 잘 보여준다. 5년을 집권하고도 감흥없는 이벤트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