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경제전망 키워드는
고물가·성장둔화·정치 불확실성

국가 흥망 결정할 역사적 대선
올바른 국가관·경제철학이 핵심

경제정책은 실험 대상 아냐
'정책의 정치화' 철저히 경계해야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다산 칼럼] 大전환 시대, 내년 대선에 달린 대한민국 미래

“미국의 강력한 힘은 뛰어난 복원력(resilience)에서 나온다.” 지난달 국제 콘퍼런스에서 대담을 나눴던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말이다. 미·중 패권 경쟁의 향후 추이를 물은 내 질문의 답변 요지로 중국의 잠재력은 인정하더라도 수많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 입증해온 높은 회복 탄력성을 가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미국의 올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로 예상돼 유로존(2%)과 중국(4%)에 앞섰고, 양호한 반등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세계 경기 회복을 견인할 전망이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종식을 기대하며 출발했던 연초와 달리 오미크론 변이가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코로나 재확산 위기감이 고조되는 연말연시다. 다행히 지난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은 화이자의 코로나 치료제 알약이 게임체인저가 되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으나 악화일로의 국내 상황은 성급한 ‘위드 코로나’ 정책과 빛바랜 K방역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22년 세계 경제 전망의 키워드는 고물가 지속, 성장세 둔화, 그리고 높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요약된다. 빠른 경기 회복으로 시작한 올해 약 6% 연간 성장을 달성했으나 하반기 들어 높은 인플레와 함께 상승세가 꺾이며 상고하저 흐름을 보였다. 새해 글로벌 GDP 증가는 미국 등 선진국 중심의 회복세를 중국 경기둔화가 상쇄하면서 4%대 후반으로 낮아질 전망이 우세하고, 국가 간 편차와 하방 리스크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GDP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우려와 구조적 취약성으로 본격화할 중국 경제 위축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차이나 리스크의 배경인 과도한 부채, 무리한 규제, 기업 역동성 및 생산성 감퇴, 인구 구조 악화와 생산인구 감소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와 빼닮았다. 과거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 다음은 중국과 한국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이 적지 않다.

2022년은 ‘정치 리스크’의 해가 되리라는 예상이다. 오미크론 확산, 인플레 장기화, 금리 인상과 자산시장 거품 붕괴,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위험 요인 외에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대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요 2개국(G2) 패권경쟁은 자유민주주의와 독재전체주의의 대결 구도로 확전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다 대만 해협은 폭발력이 큰 화약고다. 중국 시진핑 3연임을 결정할 10월 공산당대회, 조 바이든 리더십을 좌우할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있고, 한국 대선은 3월에 치러진다.

‘최선을 택하기보다 최악을 피해야 할 선거’라는 자조적 비아냥이 나오는 판국이지만 우리에겐 국가 흥망이 달린 역사적 대선이다. 대선 후보를 평가할 리트머스 테스트는 올바른 국가관과 건전한 경제 철학이 핵심이다. 대한민국 헌법 정신인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체제 수호와 궤를 함께한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포용적 자본주의와 지속 가능 성장을 지향하는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과거 경제 위기 극복 사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의 복원력을 방증한다는 최근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눈길을 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10년 전 베스트셀러를 통해 “국가 지속 성장의 핵심 요소는 개방적 민주주의”라고 갈파한 대런 애쓰모글루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가 소환되는 이유다. 미국, 일본 등 자유 진영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경제는 정치가 아니고 금융은 더더욱 아니다. 노벨경제학상의 영어 명칭은 ‘Nobel Memorial Prize in Economic Sciences(경제과학상)’이고 현대 금융을 더욱 과학적으로 발전시킨 분야는 금융공학이다. 얼마 전 서울대 세미나에서 나온 자칭 경제대통령 후보의 ‘경제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라는 발언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나아가 사회과학인 경제학과 경제정책은 자연과학과 달리 실험 대상이 아니다. 오랜 검증을 통해 정립된 경제원리와 시장원칙에 상치되는 정책은 부작용이 큰 만큼 ‘정책의 정치화’는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금융통화 정책에 대한 정치권 개입의 폐해는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의 실패로 족하다. 오는 3월 대선에서 선택될 지도자의 국가관과 경제 철학에 대한민국 미래가 달려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