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는 동방박사 얘기가 암시돼 있다. 루벤스의 ‘동방박사의 경배’.
오 헨리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는 동방박사 얘기가 암시돼 있다. 루벤스의 ‘동방박사의 경배’.
성탄절 아침에 한 구두 수선공 이야기를 떠올린다. 가난한 구두장이 마르틴은 아내·두 자녀에 이어 막내아들까지 저세상으로 떠나자 깊은 절망에 빠졌다. 이웃의 배려로 성경을 읽게 된 그는 어느 날 밤 작은 음성을 들었다. “내일 거리를 유심히 보아라. 내가 가겠노라.”

다음 날 아침부터 기다렸지만 ‘그분’은 오지 않았다. 무료함을 달래던 그는 눈을 치우는 청소부 노인에게 따뜻한 차를 한 잔 대접했다. 갓난애를 안고 추위에 떠는 여인을 보고는 빵과 옷을 나눠줬다. 사과를 훔치다 들킨 소년과 과일장수 할머니의 다툼까지 중재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그날 밤 성경을 다시 편 그가 전날의 음성을 떠올리자 낮에 만난 사람들이 눈앞을 스쳐갔다. 그때 “나를 못 알아보겠느냐? 나야, 나”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펼쳐진 성경에는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는 구절이 적혀 있었다.

톨스토이 단편소설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에 나오는 얘기다. 주인공 마르틴이 베푼 선행은 작은 것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아주 컸다. ‘지극히 작은 자’들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고 나그네를 따뜻이 대하는 것은 곧 신을 영접하는 일이었다. 굶주림과 추위에 떠는 사람들을 도운 덕분에 그는 하루에 세 번이나 예수를 만났다.
 1차 세계대전 때의 실화 ‘크리스마스 휴전’을 다룬 영국 기업 세인즈버리의 성탄절 광고 장면.
1차 세계대전 때의 실화 ‘크리스마스 휴전’을 다룬 영국 기업 세인즈버리의 성탄절 광고 장면.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면서는 부부 사랑의 참뜻을 생각한다. 젊은 부부 짐과 델라에게는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시계가 거의 유일한 재산이다. 크리스마스 날, 델라는 남편에게 근사한 시곗줄을 선물하고 싶지만 돈이 1달러87센트밖에 없다. 고민하던 그녀는 긴 생머리를 잘라 판 돈으로 시곗줄을 사 온다.

그 사이에 짐은 ‘가보’인 시계를 팔아 아내의 긴 머리를 묶을 장식빗을 사 들고 온다. 기막힌 상황에 울음을 터뜨리는 아내에게 남편은 “괜찮아, 괜찮아” 달래며 등을 다독인다. 작가는 이 눈물겨운 부부의 선물이 아기 예수를 위한 동방박사의 선물만큼이나 값지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원제가 ‘동방박사의 선물(The Gift of the Magi)’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에도 감동적인 일화가 담겨 있다. 1818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한 성당 보좌역인 요제프 모어 신부는 성탄절 미사 준비 중 파이프 오르간이 고장난 사실을 알고 낙담했다. 돈이 없어 당장 고칠 수도 없었다. 장엄한 미사를 드리려고 지금까지 연습한 성가를 무반주로 불러야 할 처지였다.

그는 기타로 반주할 수 있는 가사를 앉은 자리에서 썼다. 음악 교사인 그루버에게 작곡을 부탁해서 하루 만에 완성한 이 캐럴 덕분에 모두가 큰 감동 속에 성탄을 축하했다. 이후 세계 곳곳으로 퍼진 이 캐럴은 2011년 유네스코의 오스트리아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노래는 전쟁터에서도 울려 퍼졌다. 1차 세계 대전 때인 1914년 12월 25일, 참호전을 벌이던 독일군과 연합군이 ‘크리스마스 휴전’ 때 부른 캐럴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었다. 그날 연합군 참호 속에서 이 노래가 잔잔히 퍼지자, 독일군 참호에서 촛불과 전등으로 장식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올라왔다.

한 병사가 용기를 내어 작은 트리를 들고 참호 밖으로 나왔다. 평소 같으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를 쏘는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이를 기점으로 양측 병사들이 참호 밖으로 나와 악수하고 포옹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식량과 담배, 모자를 주고받으며 함께 어울렸다. 지켜보던 장교들도 동참했다. 이 덕분에 버려져 있던 전사자들도 함께 수습할 수 있었다.

올해 성탄절은 유난히 춥고 고통스럽다. 코로나가 엎친 데 한파까지 겹쳤으니 우울하기 그지없는 ‘블루 크리스마스’다. 이럴 때일수록 희망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문학과 음악이 전하는 위로, 전쟁터를 녹인 감동 실화를 되새기며 서로에게 따스한 화롯불이 되어 주길 빈다.
'코로나 혹한'에 더 빛난 기부 천사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로 더 혹독하게 느껴지는 올해 겨울에도 기부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남 거창에는 익명의 기부천사가 8명이나 다녀갔다. 이들은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나 300만원어치의 라면 100박스, 65만원 상당의 쌀 20포대 등을 놓고 사라졌다.

전북 부안에서 ‘김달봉’이라는 가명을 쓰는 시민은 1억2000만원을 봉투에 담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전달했다. 김달봉 씨는 지난해 마스크 20만 장(5800만원어치)도 기부했다. 부안군청에 지금까지 쌓인 익명 기부금은 모두 6억9800만원에 이른다.

구두장이와 가난한 부부를 감동시킨 선물 [고두현의 문화살롱]
경북 봉화에선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올 들어 다섯 번째 라면과 마스크를 면사무소에 두고 갔다. 부산 연탄은행에는 지난해보다 4만 장 많은 20만 장의 연탄이 모였다. 충북 제천에서는 한 독지가가 손편지와 함께 1440만원 상당의 연탄 2만 장을 기탁했다.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새로 가입한 자영업자도 늘어났다. 부산에서 어묵집을 하는 이승배 씨는 매출이 절반이나 줄어든 중에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