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려울수록 나눔과 연대가 빛을 발한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어려운 이웃에게 따스한 정을 나누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 회복이 중단되고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재개되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부와 봉사활동마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온기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3일 국내 주요 나눔 단체에 이웃돕기 성금을 전달하면서 “연못에 돌을 던지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듯 선행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가 빠르게 전파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선한 영향력은 전파력이 강한 법이다. 신명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작은 보탬이 되어 보자는 뜻에서 휴대폰 뒷면에 부착하는 액세서리인 그립톡을 제작해 판매에 나섰다. 수익금 40만원을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대한적십자사에 선뜻 기부했다. 기획한 학생은 물론 함께한 친구들도 나눔의 기쁨을 누렸을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이들도 뿌듯함과 따뜻함으로 미소 지었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 속에서 서울, 상주, 영주, 인천적십자병원은 코로나 초기부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8300여 명의 코로나 환자를 치료해 왔다. 아울러 적십자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복지 사각지대의 홀몸노인과 아동을 돕는 황금도시락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처럼 지역사회를 돌보는 적십자 활동은 국민이 십시일반 모아준 적십자 회비 덕분이다. 적십자회비는 상하이임시정부 시절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는 국내외에서 회비를 모아 독립운동을 지원했고, 이후 6·25전쟁을 거치며 외국에서 원조를 받던 상황에서 온 국민이 십시일반 모아 갑작스런 재난을 당한 이웃을 스스로 돕자는 운동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적십자회비 제도 개선 요구에 따라 내년부터 적십자회비 모금 대상이 전 가구주에서 회원 중심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작은 손길이 더 큰 힘이 되는 연말이다. 헌혈이 줄어드는 겨울철 특성과 코로나19 장기화로 단체헌혈 급감이 예상돼 정부와 적십자는 범국민 헌혈 참여를 위한 긴급 헌혈 안내문자를 발송하고 기업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그 결과 매년 겨울철 혈액 보유량이 3일분 내외를 반복하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벗어나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헌혈자가 2만여 명 증가하고 혈액 보유량이 6일분을 넘어서는 등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헌혈 안내 문자를 받고 헌혈의집으로 달려와 준 수많은 국민과 SK그룹을 비롯해 전사적인 헌혈운동에 참여해 준 기업 및 단체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는 모두가 힘든 시기에 ‘국민의 생명보호’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당장의 어려움을 참고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나눔과 연대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소수만이 아니라 다 같이 잘 사는,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다 함께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눔의 힘을 믿는 국민이 있기에 어려운 이웃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힘든 이때,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따스한 손길이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