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11개월이 다 되도록 주한 미국대사를 지명조차 안 하고 있어 한·미 양국 간 긴장 요인이 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다. 한국인들이 이를 모욕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한·미 혈맹 관계가 어쩌다 대사 지명 문제로 이런 걱정까지 듣게 됐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대사 자리가 공석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취임 중간에 수개월씩 공석이었던 적이 많았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엔 대리대사가 18개월간 근무하기도 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 들어 아직 대사 지명을 못 받은 나라도 30%에 이른다. “한국만 늦은 게 아니다”라는 해명도 틀린 얘기는 아니다.

문제는 주변국 상황과 앞으로의 일정이다. 미국은 중국 일본 호주 인도 등에는 이미 외교계 거물과 민주당 실력자, 최측근 등을 배치했다. 중국과 일본 대사는 지난주 상원 인준까지 마쳤다. 베트남 싱가포르 스리랑카 등에도 대사를 속속 지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대사는 아직 후보조차 없다. 한국 정부 측에서 대사 인선을 수차례 촉구했는데도 그렇다. 미 워싱턴 정가에서 ‘한국 패싱’ 얘기가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마땅한 인사가 없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 보내는 ‘시그널’이라는 해석도 무시하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종전선언을 추진하며 친중(親中) 행보와 미·북 양비론으로 미국과 번번이 마찰을 일으켜왔다. 경제·안보적으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대중 봉쇄’ 참여를 거부하며 최근엔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문 대통령)고 선을 그었다. 또 일부 인사는 대북 제재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명분이 되고 있다”고 말해 워싱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갈등 상황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에 44조원의 투자 보따리를 풀었지만, 얻은 것은 크랩 케이크 오찬과 백신 55만 회분이 고작이었다. 최근엔 한·미 통화 스와프 연장을 거절당했고, 철강관세의 경우 유럽연합(EU)과 일본에 비해 불리한 결정을 받았다. “반중 연대에 참여하지 않아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와 같은 미·중 갈등 상황에서 종전선언 추진은 실익은 적고, 리스크만 클 뿐이다. 차기 정부에서 경제와 외교 측면에서 실익을 따져 천천히 검토해 추진하도록 넘기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