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장관의 형사처벌 위험을 피하기 위해 정부 부처들이 일제히 ‘바람막이 조직’을 신설 중이라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직원 3명으로 전담조직을 구성했고, 국세청도 본청과 각 지방청에 대응 조직을 꾸렸다. 국토교통부와 관세청도 법 발효 이전에 조직구성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중대재해법이 ‘중앙행정기관장과 지방자치단체장도 경영책임자에 포함된다’고 규정한 데 따른 자구 조치의 일환이다. 재해에 노출된 산업현장이 없는 정부 부처까지 수장 보호용 조직이 필요한 법을 만든 국회의 행태에 새삼 분노하지 않을수 없다. 법 하나 탓에 정부 전 부처에서 조직이 만들어진 사례가 또 있을까 싶다. 중대재해와 무관해보이는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담당조직을 둬야 한다니, 코미디 같은 일이다.

민간분야의 왜곡은 더 하다. 기업들은 무한책임을 피하려고 ‘가게무샤(그림자 무사)’ 대표를 세워 ‘우회경영’하는 방안까지 고민 중이다. 처벌대상이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인력·예산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규정된 만큼, 형식적인 결정권을 쥔 복수대표를 선임해 경영 리스크를 줄이려는 편법이다. 해외 건설현장 사고도 국내 CEO 책임이라는 해석이 유력해 건설사들은 직원들을 귀국시키고 해외수주도 자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기업은 로펌 자문을 받아 어떻게든 준비라도 해보지만 자금·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뭘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며 막막함을 하소연한다. 중대재해법은 취업시장에도 거센 폭풍을 일으켰다. 기업들이 과거 병력(病歷)이 있거나 조금이라도 아픈 이들의 취업을 원천봉쇄하는 인권침해적 채용장벽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도 비상벨이 울렸다. 석 달 전부터 주한 외국기업인들 사이에 ‘오잉크(OINK: Only In Korea) 리스크’라는 은어가 돌더니 이제 한국 법인의 최고경영자 임명을 포기하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온갖 진풍경은 중대재해법이 법안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백방으로 노력하고 만반으로 준비해도 처벌을 못 면하는 탓에 ‘오늘도 무사히’를 기도할 수밖에 없다면 분명 비정상적이다. 여야가 대선 전에 머리를 맞대야 할 일은 ‘100조원 추경’ 같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산업현장의 불안을 지금이라도 살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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