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패권 시대 '특허 플랫폼' 강화해야
‘플랫폼의 시대’다. 고객 확보와 시장 선점을 위한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다.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라고 불리는 미국의 빅테크들은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이다. 플랫폼은 ‘평평한 모양’을 뜻하는 16세기 프랑스어(plate-forme)에서 유래했다. 근래에는 다양한 영역에서 ‘가치교환(거래)의 중심이 되는 생태계’로 통한다.

특허제도도 기술을 공개하도록 하는 대신 특허권자에게 독점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기술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의 한 종류다. 유튜브는 연매출 197억달러(2020년 기준)의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 배경에는 창작자와 광고 수익을 나눠 갖는 ‘파트너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200만 명이 넘는 창작자와 파트너십을 맺어 그들의 열정을 깨우는 계기가 됐다. 특허 플랫폼도 특허 신청을 하도록 유인하는 수단은 유튜브와 비슷하다. 특허의 독점적 권리는 유튜브가 나눠주는 광고 수익보다 훨씬 강력하다. 세계 유수의 기술 기업들이 연간 300만 건이 넘는 특허를 신청하는 것도 바로 이 독점권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콘텐츠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유튜브는 고객이 좋아할 만한 동영상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동으로 추천해 줬고, 그 결과 동영상 재생시간이 하루에만 10억 시간을 넘는다.

그러나 특허 정보는 제때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 특허 데이터는 기술 정보를 비롯해 연구자 및 특허권자(기업), 특허권 매매 정보 등 연구개발(R&D) 전략 수립에 매우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지만, 5억 건이 넘을 정도로 방대하고 복잡해서 많은 시간과 전문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분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R&D 현장에서는 이미 특허 신청한 기술에 중복으로 투자하거나 ‘돈 되는’ 핵심 특허를 발굴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이 특허 분야에 활용되면서 비전문가도 방대한 특허 데이터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손쉽게 뽑아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유튜브의 동영상 추천에 버금가는 맞춤형 특허정보 분석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특허청은 올해 최신 빅데이터 분석 기법과 AI 기술을 적용해 ‘특허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특허 분석 결과는 정부 부처와 연구기관 등에 제공돼 미래 유망 기술을 발굴하고 육성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된다. 정부는 특허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특허 데이터 총 2억6000만여 건을 새롭게 구축해 우리 기업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제5차 데이터 특별위원회에서는 수요자별 맞춤형 특허 데이터 구축·개방, 특허 정보 활용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개선 등 네 개 전략을 골자로 한 ‘특허 데이터 활용 및 보급 확산 방안’을 확정했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특허 정보 활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연간 3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앞으로 특허 플랫폼의 큰 축인 특허 데이터와 그 활용 기반을 견고히 다진다면 100조원 시대도 꿈은 아닐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대변혁의 시대에 특허 정보 활용을 위한 기반을 확고히 다져 특허 플랫폼이 강력한 특허, 소위 ‘돈 되는’ 특허를 창출하는 국부 창출의 원천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