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3명을 다 바꾼 삼성전자의 연말 인사에 경제·산업계가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다. 4년 만의 최대 인사로 신임 대표 모두 50대로 연령이 낮아진 데다, 가전·IT·모바일 사업부문을 전격 통합한 조직개편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더구나 3분기에도 최대 실적을 냈고, 연간 매출도 기록을 경신할 전망인데도 변화와 파격의 모험을 감행했다.

삼성만이 아니다. 앞서 181명의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한 LG도 신임 상무의 62%를 40대로 채웠다. SK도 비슷한 기류 속에 1970년대생 젊은 사장들을 내세웠다. 한화 코오롱에서도 세대교체 바람이다. 연공서열 대신 ‘글로벌’ ‘디지털’ ‘신사업’ ‘전문성’ 같은 미래형 키워드가 이번 기업 인사의 핵심인 셈이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혁신적 변화를 불사한 삼성의 결단에서 보듯, 생존과 미래 준비를 위한 기업의 몸부림은 치열하다 못 해 처연할 정도다. 당장은 몰라도 이대로 가면 5년, 10년 뒤에는 어떨까 하는 위기감의 발로다. 안팎 상황을 보면 그럴 만하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가면서 예상도 못 한 초대형 걸림돌이 곳곳에서 불거지는 게 냉혹한 국제 현실이다. 미·중 대립이 한층 첨예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밸류체인에서 처신과 대응이 어려워진 것은 반도체만이 아니다. 가속이 붙은 저탄소·기후변화 아젠다에다 국제조세 문제와 비관세 장벽도 예측불허다. 전문성, 통찰력, 기민한 대응력이 있다 해도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다.

국내는 더 심각하다. 초미의 현안인 중대재해처벌법부터 기울어진 고용·노동 법제와 광범위한 규제행정이 기업을 얼마나 더 옥죌지 끝이 안 보인다. 퇴행의 정치는 툭하면 기업인을 때리고, 해묵은 반(反)기업 정서를 자극한다. 이래저래 “도저히 기업 못 하겠다”는 한탄이 나올 만하다.

그래도 그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다. 규제장벽과 갑질행정, 정치 리스크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런 데서 경영이 어렵다는 구실을 찾을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각오를 다지고 스스로 단련해야 할 때다. 이는 특정 기업만의 고충이 아니고, 대기업·중소기업 사정이 다른 것도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 내부의 관료주의, 무사안일은 없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그렇게 더욱 비상한 각오로 안팎의 난관을 딛고 뛰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사활 걸고 뛰는데, 정치는 뭘 하고 있나”라고 따질 수 있다. 투명한 경영과 법규 준수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앞지를 때 정부를 향해서도 “뒷다리 잡지 말라”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성장을 견인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국부를 창출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숙명이다. 2022년엔 두 차례 선거로 안정보다 혼란이, 성숙보다는 퇴행이 우려된다. 그래도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각오로 국제시장을 넓히고, 안팎의 시련 속에서도 미래를 개척하는 게 이 시대 한국 기업의 사회적 책무다. 기업인들의 분투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