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 Fed, 모든 것 바꾼다…한국은행은?
세계 중앙은행 격인 미국 중앙은행(Fed)이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Fed 내부적으로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었긴 했지만 종전의 이론과 규범, 그리고 관행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어 기득권을 고집하다가 중앙은행 위상과 신뢰를 한꺼번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첫째,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부터 바뀌고 있다. 1913년 설립 이후 중앙은행의 전통적 목표인 ‘물가 안정’을 추구해 오다가 2012년부터 ‘고용 목표’를 양대 책무로 설정해 그 이후 통화정책은 후자에 중점을 둬 운용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인플레가 고착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다시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 Fed, 모든 것 바꾼다…한국은행은?
둘째, 통화정책 관할대상도 ‘버냉키 독트린’에서 ‘그린스펀 독트린’으로 선회하고 있다. 전자는 실물경제에다 자산시장 여건까지, 후자는 실물경제 여건만 감안해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화정책 우선순위를 물가 안정에 두면 실물경제 여건을 보다 중시해야 달성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셋째, 통화정책 운용방식도 ‘테일러 준칙’과 ‘최적통제준칙(OCR)’보다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전통적인 통화론자(현대통화론자와 구별)들이 주장했던 ‘통화 준칙’이 선호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정책 의지가 반영되는 테일러 준칙이나 경제 여건에 따라 금리 경로가 변경되는 최적통제준칙은 한계가 있다는 반성에서다. 통화 준칙이란 인플레 타깃선을 현행처럼 2%로 설정한 후 물가(Fed의 경우 근원PCE물가상승률)가 이보다 높을 경우 자동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낮으면 내려 중앙은행의 진단과 예측 착오, 자의적 요소 등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의도에서 착안된 방식을 말한다.

넷째, 기준금리도 변경된다. 올해 말로 ‘리보 금리’를 ‘담보부 금리(SOFR)’로 교체하는 방침에 맞춰 ‘연방기금금리(FFR)’를 ‘익일 환매 금리(on RRP)’로 교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기준금리인 FFR은 시장금리와의 체계가 흐트러져 통화정책 의도를 관철하는 데 효율성이 오래전부터 떨어져 왔다.

다섯째, 통화지표를 개편하는 움직임도 주목된다. 미국 국민은 ‘법화’보다 ‘대안화폐’ 사용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물가 안정 목표와 그린스펀 독트린으로 통화정책 관할대상이 되돌아간다면 ‘유동성 지표(L3, L4 등)’보다 ‘통화 지표(M1, M2 등)’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민의 화폐생활과 충돌하는 또 다른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섯째, 차제에 ‘법화’에서 ‘디지털 통화(CBDC)’로 넘어오는 문제도 검토될 수 있다. 이 분야에 앞서가는 중국의 경우 디지털 위안화를 법정화폐로 지정하고 기존 법화와 1 대 1로 교환하는 ‘리디노미네이션’ 방안까지 확정했다. Fed는 이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금지한 암호화폐를 수용하는 ‘스테이블 코인’ 과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일곱째, 통화정책 주 타깃층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더 심해진 ‘K’자형 구조에 따라 중산층이 무너져 BOP(bottom of pyramid), 즉 하위층이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BOP 계층을 외면해 통화정책을 추진하다간 경기와 국민 간 디커플링이 심해져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Fed는 경제지표가 좋다 하더라도 국민의 체감경기가 안 좋으면 이것까지도 감안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프레이밍 효과’를 중시한다.

여덟째, 빅테크 기업과 대형 금융사가 결탁해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규제와 감독체계를 더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대형기업 저승사자’로 알려진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리나 칸 위원장과 함께 금융규제를 강조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와 리처드 코드레이를 각각 Fed 부의장으로 임명한 것도 이런 의도에서다.

한 달 전 “한은, 왜 MZ세대와 소상공인을 거리로 내모나?”라는 제목으로 이 칼럼을 쓴 적이 있다. 한은 부총재보로부터 전화가 왔다. “왜 이렇게 자극적인 제목을 다느냐?”고…. 터놓고 논의해 보고 싶었지만 묘한 기류 때문에 “통화정책은 국민 대다수가 속한 계층을 중시해야 하지 않느냐”고 짧게 답했다. 한국은행도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