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差 은행 4배라지만
부실률 감안하면 폭리 아니야

이인혁 금융부 기자
[취재수첩] '과잉 예대마진' 비판이 억울한 저축은행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실감나네요.”

저축은행의 ‘이자 폭리’ 논란이 불거진 지난 1일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낸 “저축은행의 예대금리 차이가 시중은행의 네 배”라는 자료가 논란의 발단이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저축은행의 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값이 평균 7.8%포인트인데, 이 수치가 은행(1.9%포인트)의 네 배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다.

저축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는 쥐꼬리만큼 주면서 대출을 내줄 땐 금리를 왕창 받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강 의원은 “어려운 서민들을 대상으로 금리장사를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도 묘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예대금리를 낮춰야 할 부분이 있다면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예대금리차를 은행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은행의 대출고객은 고신용자지만 저축은행의 주고객층은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중저신용자다. 이들은 당연히 부실 리스크가 높다. 부실채권 비율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을 살펴보면 지난 6월 기준 저축은행이 3.60%, 은행은 0.54%다. 돈 떼일 위험성을 대출금리 원가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외에도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은 은행의 다섯 배이며 자금조달 원가도 더 높다.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산정체계 기준에 따라야 하는 만큼 저축은행이 제멋대로 대출금리를 매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저축은행의 예대마진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2016년 8.79%포인트에서 지난해 7.56%포인트로 감소했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 안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팔을 비틀어 대출금리를 인하토록 한다면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부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우량 고객 위주로 재편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서민들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법정 최고금리를 현재 연 20%에서 연 10%로 낮춰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 등 정치권에선 저축은행을 포함한 2금융권을 고리대금업자 취급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데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 번번이 거절당하는 이들에겐 금리보다 대출 실행 여부가 중요하다. 서민들을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펼쳐지는 정치권의 ‘저축은행 때리기’는 자칫 중저신용자의 급전 조달 창구를 더 좁혀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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