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양성이 주는 기회
최근 한 국내 포털 기업이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1981년생 젊은 여성 임원을 내정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많은 이가 CEO 내정자의 나이와 성별에 놀랐지만, 그래서 오히려 나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지난해(286명)보다 약 12% 증가한 322명이라고 한다. 여전히 전체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4.8% 정도로 높지 않지만 지난해 100대 기업 전체 임원이 전년 대비 200명가량 줄어들었음에도 여성 비중이 높아진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또 다른 조사를 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시가총액 50대 기업의 1980년대생 임원은 작년보다 60% 증가한 50명이라고 한다.

이런 기조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 기존 연공서열 방식의 인사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우며, 다양한 생각과 배경을 가진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텔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는 이미 다양성을 중요 지표의 하나로 삼고 기업 구조와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유례없는 격변기를 거치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의 고민이 깊어짐에 따라 다양성은 필수적인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 다양성은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업이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서로 다른 경험과 지식이 화학반응을 일으킬 때 문제를 해결할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성적이 아니라 조직관리 능력, 기획력과 전략적 사고, 상품 기획력 및 메시지 창조 능력 등은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그러니 기회조차 없다면 능력은 사장되고, 회사는 이 능력을 활용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전공과 성별, 인종, 나이 등 배경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근거다. 최근 많은 기업이 다양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기업 운영 및 전략 수립에 반영하고 있다. 인텔도 다양성보고서와 급여 데이터를 최근 공개하고, 수립한 목표 대비 얼마나 진척됐는지를 외부와 공유하고 있다. 또한 다양성 확산을 위해 업계와 함께 추진할 만한 공동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 중이다.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장단기 목표를 수립해 관리하며, 구체적인 업계 협력 방법론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예전과는 그 실천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다양성을 갖춘 조직의 목표 달성 가능성은 두 배 이상 높고, 혁신적인 조직이 될 확률 역시 여섯 배 더 높다고 한다. 다양한 직원이 그들만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개진할 때 기발한 아이디어와 혁신이 발현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요즘, 다양성은 기업에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