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인사불이익 방침에 술렁
'주택' 아닌 실력이 승진기준 돼야

정지은 지식사회부 기자
[취재수첩] "승진 대신 다주택자 택하겠다"는 공무원들

“능력이 아닌 다주택 보유 여부로 공무원 인사를 결정하는 나라가 선진국 중 어디 있습니까.”

지난 25일 만난 한 서울시 공무원은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시가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3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승진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부터 이 같은 인사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두 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고위공직자는 주택정책 관련 업무를 맡을 수 없다. 주택·부동산 관련 부서는 과장급인 4급 공무원까지 검증 대상에 포함된다.

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이번 조치가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엔 ‘차라리 다주택자가 되고 승진을 안 하는 쪽을 선택하겠다’는 식의 반응이 많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주택 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권리인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여럿이다.

다주택자인 고위공무원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건 경기도와 전북 전주시에서 먼저 시행했다. 모두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엄포성 조치다. 소속 공무원만 1만 명에 달하는 서울시까지 비슷한 방안을 채택한 만큼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고위공무원의 보유 주택 수까지 따져야 할 만큼 부동산과 관련해 공직사회의 신뢰도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올해 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시작으로 공직자의 투기 문제는 연일 논란거리였다. 지방자치단체 업무 특성상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택을 여러 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공무원이 도덕적이지 않다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게 불가피하다며 낙인찍을 일인지는 곱씹어봐야 한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는 차단해야겠지만, 능력 이외의 잣대가 승진 여부를 좌우하는 게 과연 공직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숙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2015년 “성과와 능력에 따라 우수한 공무원은 획기적으로 대우받고, 미흡한 공무원은 그에 상응하는 관리를 받게 할 것”이라는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많은 공무원이 능력·성과주의 인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에 공감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원칙은 국정에 스며들기는커녕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져 버렸다. 여기에 공무원들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의심하는 인사정책까지 확산되고 있으니, 마음껏 자기 역량을 펼칠 공무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승진은 조직원들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더 일하도록 만드는 수단이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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