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대선판을 보면 기대는커녕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정책과 비전 대결은 실종됐고, 진정 나라 미래를 고민하는 후보를 찾기 힘들다. 시급하지만 표에 도움 안 될 것 같은 연금·노동개혁 등은 뒤로 제쳐놓은 채 오로지 눈앞의 솜사탕 같은 퍼주기로 표를 구걸하고 있다. 여야는 서로 ‘무능·무식·무당’, ‘무법·무정·무치’라고 치고받고 포르노배우 단어도 등장하는 등 최소한의 품격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후보 비호감도가 역대 최대이고 ‘뽑을 후보가 없다’는 부동층이 늘고 있는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최근 발언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한다.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 민정당의 후예’라며 ‘발악한다’고 비난한 것부터 그렇다. 아무리 선거전이어도 지나치다. 자신의 공약을 담은 법안 처리를 여당에 주문하며 야당을 ‘저들’이라고 지칭하고, “발목 잡으면 뚫고 가야 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한꺼번에 태우라”고 했다. 협상과 타협이라는 의회민주주의 기본정신마저 망각한 것이다. 여당은 기본대출, 기본주택 등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이 후보의 공약 입법화를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밀어붙일 태세여서 나라살림을 득표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음식점 총량제 등 포퓰리즘적 공약을 즉흥적으로 제안했다가 되돌리는 일도 반복됐다. 대선 공약이 ‘아니면 말고’ 식이다.

국민의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영입을 놓고 지루한 다툼을 벌이느라 선거대책위원회는 윤석열 후보가 선출된 지 3주 지나서야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조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등 정치리더십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선대위 면면조차 참신한 인물을 찾기 힘들고 ‘그 밥에 그 나물’로 구성돼, 과연 수권(受權)준비와 능력을 갖췄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오죽하면 당 내부에서조차 “절박함도, 긴장감도, 미래도 안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겠나. 선대위 구성에 허송세월하느라 대선이 100일 앞인데도 유권자들은 윤 후보의 공약과 비전이 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은 기로에 서 있다. 악화하는 코로나, 글로벌 공급망 충격, 폭등한 집값·전셋값 등 과제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후보들은 이제라도 비전과 정책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길 바란다. 이런 난제들을 해결할 유능한 후보, 실종된 정치 품격을 되살릴 수 있는 후보가 결국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