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0.25%포인트 올려 연 1%가 됐다. 최고 연 5%대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추가 상승 압박을 받게 됐다. 코로나 극복과정에서 풀린 돈을 회수하고 고조되는 인플레이션 조짐에 대응한 것이지만, 1800조원대의 가계부채 이자 부담이 더 커지게 생겼다. 정부가 나서 거듭 상환유예 조치를 해온 중소기업과 자영사업자 금융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이 여러 문제점을 예상하면서도 주요국들보다 앞서 금리인상에 나선 것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부작용과 인플레이션 징후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장기간 이어진 ‘부동산 쏠림’과 생산자물가부터 실감형 장바구니물가까지 치솟는 물가지표가 예사롭지 않다. 다만 최근 인플레이션 조짐은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원자재의 조달·유통 차질 등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국내외 원자재 공급망에 이상이 없는지 철저히 살피고 대비해 물가 불안요인을 미리 제거해나가는 정책 노력의 중요성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기준금리를 조금 올렸다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고 경제 불안 요인이 줄어들 것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온갖 부작용을 뻔히 보면서 금리를 마구 올릴 수도 없다. 미국에서도 다시 금리 조기 인상론은 나왔지만, 한은이 연 1%로 올린 것을 놓고도 신중론이나 반대의견이 없지 않다. 정부, 가계, 기업 예외 없이 ‘부채 공화국’이 된 게 지금 한국 모습이다.

결국 거시 경제정책이 바른 궤도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금리 정상화’ 노력도 효과를 낸다. 하지만 정부가 하는 것이라고는 유류세 한시 인하,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6개월 연장 등 미시적 처방이 고작이다. 제대로 된 경제체질 강화책이 나와야 한다. 과제로만 보자면 노동개혁, 재정개혁부터 4차 산업혁명 대응까지 시급한 현안이 태산 같다.

임기 말 정부라는 현실을 보면 이런 과제의 실천은 기대난망이다. 그간 행태를 보면 상황을 악화시키는 대못박기나 더 하지 않아도 다행이다. 결국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는 대선판의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나라곳간이 더 악화하지 않게 지키는 것이다. ‘퍼주기’에 가세라도 한다면 기준금리를 백번 올려도 소용없다. ‘곳간지킴이’라는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을 증액하려는 국회의 시도부터 철저히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