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공약’이 난무하는 대선판에서 마침내 연금개혁이 의제로 등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공적연금 개혁을 ‘청년 공약’으로 발표한 것이다. 그는 공적연금 고갈이 ‘너무 가파르다’며 지속가능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4년 반 동안 문재인 정권은 연금개혁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보험료 납부율, 지급 개시 연령 등의 개편이 더 지체되면 국가공동체의 붕괴를 부르고 말 것이라고 진단했다.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큰 틀에서 빼고 보탤 것 없는 정확한 인식이다. 국민연금은 2039년부터 적자 전환하고, 2055년 완전소진이 예고돼 있다. 현재 32세 청년이 65세가 되면 연금 내줄 돈이 사라진다는 아찔한 전망이다. 직역 연금은 더 심각하다. 이미 바닥을 드러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투입된 혈세(국가보전금)만 각각 29조원과 28조원이다.

적자는 지금 이 시간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덜 내고 더 받는’ 데서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민관(民官)연금 간 불평등 해소 역시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이건만, 정부는 연금개혁을 포기한 상태다. 2018년 12월 ‘4지선다형’ 안을 만들어 국회로 결정을 떠넘기더니, 국회 논의 부진을 핑계로 개편작업 자체를 중단했다. 역대 정부는 지지율과 무관하게 모두 연금개편의 소임을 다했다. 유독 문재인 정부만 임기가 6개월 남은 지금까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도 연금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연금의 ‘연’자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괜히 문제를 꺼내봐야 표만 떨어질 뿐이라는 계산속일 것이다. 전 국민이 걱정하는 핵심 이슈에 주요 후보들이 함구하고 군소 후보만 관심갖는 대선판에서 비뚤어진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확인하게 된다.

청년과 나라 미래를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중병이 든 연금개혁을 외면하는 것은 지독한 이율배반이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와 가파른 고령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표계산만 하는 것은 감당 못 할 후폭풍을 자초하는 일이다. 안 후보는 “대선후보들이 연금개혁에 선제적 합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는 정치인이라면 이 제안을 거절할 아무런 명분이 없다. “남은 임기 6개월은 아주 긴 기간”이라며 끝까지 국정을 잘 마무리하겠다던 문 대통령도 연금개혁 챙기기로 그 다짐을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