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무성한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오늘 발부된다. 세 부담이 2~4배 급증해 서울에선 집값에 따라 2주택자는 억대, 1주택자도 수천만원대 고지서를 받아들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선 벌써 ‘종부세 위헌청구’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조세저항도 보인다.

종부세 논란은 세금 강화를 동원한 집값 대책이 나올 때부터 계속돼 온 것이어서 새롭지는 않다. 그럼에도 고지서를 받아든 납세자는 ‘세금폭탄’을 피부로 실감할 것이다. 의아스러운 것은 정부 태도다. 세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이억원 차관이 종부세 고지와 관련해서 한 발언은 사실 관계에서나 취지·의도에서나 타당성이 결여됐다. 선거판이 세금으로도 국민 편 가르기를 서슴지 않는 판에 기재부까지 왜 그런 기류에 장단을 맞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차관은 “국민 98%는 종부세와 무관하다”며 세 부담 우려 여론에 대해서도 “과장됐다”고 했다. 이 발언에는 몇 가지 중대 오류가 있다.

무엇보다 사실 관계가 바르지 못하다. 종부세 대상 주택에 2.3명인 평균 가구원 수를 단순 적용해도 4.6%, 국회 추정치로는 5%가 넘는다. 급증하는 1인 가구를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매년 그 숫자가 변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지금은 대상이 아닌 주택 소유자나 무주택자 중 상당수도 언제든지 종부세 대상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종부세 동향은 수많은 잠재 수요자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무관하다’는 인식이 오류 정책으로 계속 이어질까 우려된다.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하면 종부세 ‘관련 국민’은 더욱 늘어난다. 늘어난 종부세는 왜곡된 ‘임대차 3법’과 함께 임차인의 부담을 늘릴 것이다. 종부세가 세입자에게 전가되면, 전체 전·월세 시장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보든 2%만의 문제가 아니다.

설령 1%만 납부 대상이어도 세금은 모든 국민의 ‘관심사’가 돼야 한다. 소수의 대기업이 절대 규모를 부담하는 법인세는 몇% 국민의 관심사인가. 고가 주택에 중과세되는 양도세나 기형적 상속세는 또 어떤가. 상대적으로 보편적인 소득세에서도 45% 최고세율(10억원) 적용 대상자는 0.05%(1만1000명·2020년)에 불과하지만 늘 국회에선 뜨거운 쟁점으로 국민적 관심사다. 해외에서도 관심거리가 된다.

종부세에 대한 무수한 논란은 보편성, 정당성, 수용성 등 조세의 일반원칙에 부합하는가에서 비롯된다. 이 차관의 발언을 보면 이런 원리원칙에 대한 고민이 안 보인다. ‘소수의 관심사’로 돌리며 종부세 논란의 본질과 핵심을 피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위헌 투쟁’에 나선 ‘시민연대’를 국세청 간부 출신이 이끄는 대목도 정부는 눈여겨봐야 한다. 세제에서 정부가 로빈 후드 시늉을 내고 활빈당을 자처해선 곤란하다. 과거 스웨덴 프랑스 등에서 세금 때문에 고소득자들이 떠나며 얼마나 논란을 빚었나. ‘세금 포퓰리즘’은 여야 선거판만으로도 과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