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국산 신약 '렉키로나'의 장애물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신약 ‘렉키로나’는 국산 신약의 홀로서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 사례다. 지난 2월 국내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의료 현장에선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병원에 입원하는 중증환자에게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심지어 ‘물약’ 취급까지 받았다.

렉키로나는 경증환자가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효능이 있다는 게 임상에서 입증됐다. 하지만 렉키로나가 필요한 환자에게 제대로 쓰일 기회는 충분치 않았다. 경증환자를 수용하는 생활치료센터 등엔 렉키로나를 주사할 의료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은 탓이다.

국내에서 홀대받던 렉키로나의 경쟁력은 유럽 허가 과정에서 도드라졌다. 리제네론 등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나란히 허가 심사를 받으면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결국 지난 12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유럽 1호 코로나 항체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허가 신청을 낸 지 불과 한 달 만이었다.

국내에서 홀대받는 국산 신약

렉키로나의 유럽 판매 승인 획득은 한국 제약·바이오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쾌거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뚫은 국산 약은 있지만, 모두 합성의약품이거나 복제약이었다. 부가가치가 높은 바이오 신약은 렉키로나가 처음이다. 바이오업계가 환호하는 이유다.

셀트리온의 신약 도전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오랜 경험과 실패의 산물이다. 셀트리온이 독감 신약 개발을 위해 전임상(동물실험)을 시작한 것은 2012년 5월이다. 10년이 지났지만 이제 겨우 임상 2상을 마쳤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쌓인 경험이 불과 1년 만에 렉키로나를 개발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렉키로나는 이제 시작이다. 유럽에서 제대로 인정받아야 하고 미국에선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미국 머크(MSD), 화이자가 각각 개발한 ‘먹는 치료제’와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신종플루를 ‘한방’에 잠재운 타미플루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아직 등장하지 않은 건 렉키로나엔 기회다.

신약 도전 멈춰선 안 돼

렉키로나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국산 신약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다. 코로나19 치료 현장에서 렉키로나가 홀대받은 데는 이런 편견이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바이오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국산 신약 33개 가운데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제품은 제미글로(LG화학), 카나브(보령제약) 둘뿐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외국산 약을 선호하는 풍조와 무관하지 않다.

세간의 업(業)에 대한 몰이해 역시 장애물이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낮추면서 ‘본업’을 등한시한 점을 이유로 꼽았다. 주력 사업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코로나 치료제 개발 등에 한눈을 팔았다는 얘기다. 셀트리온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로 2012년 7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이었다. 이듬해엔 유럽, 2016년엔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은 없던 시장을 새로 만들어내며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가 셀트리온의 본업이어선 곤란하다. 신약으로 승부를 내지 못하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복제약만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없다. 셀트리온은 물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도전을 멈춰선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