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화끈한 '중국판 나스닥'
중국 베이징증권거래소(BSE)가 그제 첫 거래를 시작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듯 공산주의를 더 강화하려는 시진핑 체제 아래에서 상하이·선전증시에 이어 세 번째 본토 거래소가 개설됐다는 점이 우선 눈길을 끈다.

미국 자본시장에 기대지 않고 자국 내 유망 기술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하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읽힌다. 상장 조건이 엄격하고 심사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상하이·선전증시만으로는 중국 혁신기업의 미국 내 상장 발길을 돌리기 힘들다고 본 것 같다.

놀라운 것은 시장 개설이 마치 군사작전하듯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는 점이다. 아무리 국가통제력이 강한 사회주의라 해도 기존 거래소의 자연독점화, 지역별 이해관계 상충 등으로 새 증시 개설은 말처럼 쉽지 않다. 비슷한 성격의 한국 ‘코넥스 시장’도 최종 개설까지 몇 년이나 걸렸다. 그런데 중국은 설립을 ‘선언’한 지 74일 만에 문을 연 것이다.

BSE의 하루 가격제한폭(상하 30%)도 상하이·선전증시(12~15%)보다 획기적으로 넓어졌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진폭이 상하 6%에서 30%로 확대되는 데에 20년 걸린 것과 비교해보면 ‘화끈하다’고 할 정도다. 개장 첫날엔 제한폭 없이 거래해 신규 상장기업 10곳에 서킷브레이커(일시 거래중지)가 두 차례씩 발동됐고, 최고 493% 오른 종목도 나와 세계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일반인의 ‘접근’을 극히 제한한 것은 의외다. 주식투자 경력 2년 이상, 계좌에 최소 50만위안(약 9200만원)이 있는 사람에게만 거래를 허용한 것이 그런 사례다. 코넥스 투자 자격(예탁금 3000만원 이상)의 3배, 국내 선물·옵션 투자 증거금(1000만원 이상)의 9배에 달한다. 한국 같았으면 진입장벽이 높다는 아우성이 빗발쳤을 일이다. ‘공동부유(共同富裕)’ 하겠다면서도 자본시장은 못 건드리는 건지, 미국과의 대결에 초점을 둔 건지, 해석이 분분하다.

어쨌든 BSE는 중국 자본시장의 뜨거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는다. 첫날 거래 때 59개 종목(73%) 주가가 내렸고, 거래대금은 1조7000억원으로 코스닥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부동산 개발에서 벤처·스타트업으로 성장동력을 옮기려는 또 하나의 중국몽이 어떻게 변해갈지 관심이다. ‘중국판 나스닥’의 꿈을 이뤄낼지, 중국식 속도전을 펴다 궁여지책(窮餘之策)의 한계를 드러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