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 이후 0%대로 떨어지며 38개 회원국 중 꼴찌가 될 것이라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분석했다. 2020~2030년 잠재성장률은 1.9%로 OECD 평균(1.3%)보다 높겠지만, 2030~2060년은 0.8%로 평균(1.1%)을 크게 밑돌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을 내놓았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수준인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한다. 얼마 전에도 “10년 내 잠재성장률 제로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경고(한국경제연구원)가 나오긴 했지만, 이번 OECD 보고서는 꽤나 충격적이다. 경제성장 역사가 길지 않은 한국이 훨씬 역사가 길고 경제규모도 큰 미국(1.0%) 일본(1.1%)보다도 잠재성장률이 낮고, 선진국 중 최하위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한국 잠재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만 해도 OECD 상위권이었지만 최근 추락 중이다. OECD는 생산성 둔화와 인구구조 변화를 이유로 꼽았다. 비경제적 요인인 인구구조를 논외로 친다면 결국 생산성 둔화의 문제로 귀결된다. 일각에선 ‘5년마다 경제성장률 1%포인트 하락’이란 암울한 법칙이 있다고 분석하지만, 한국은 아직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선진국과 비교해 극히 부진한 총요소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 자본 외에 기술, 경영혁신, 노사관계, 법·제도 등이 얼마나 생산에 기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2001~2017년 총요소생산성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는 한국이 19.1%로 독일(59.4%) 일본(50.0%) 미국(34.5%)에 한참 못 미친다. 이는 역설적으로 생산요소 간 연계와 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성장률 제고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최근 영국에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를 만나 당면한 구조적 과제로 ‘잠재성장률 둔화’를 꼽았다. 정확한 인식이다. 하지만 재정 퍼붓기로 일관하고 통계숫자를 분칠하는 땜질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선후보는 ‘성장 회복’을 1호 공약으로 앞세우면서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 국가투자’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마차가 말을 끄는 격’이란 비판을 받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식어가는 성장엔진을 되살리려면 성장전략 부재, 노동시장 경직성, 기술혁신성 둔화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민간활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