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1. 한국맥도날드가 최근 ‘스티커 갈이’ 파문으로 곤욕을 치렀다. ‘유효기간’이 지난 식빵의 날짜 스티커를 바꿔 단 뒤 사용했다가 ‘양심불량 기업’으로 찍혀 여론의 지탄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당국은 조사 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스티커를 바꾼 것은 맞지만 ‘유통기한’보다 엄격한 ‘내부 유효기간’에 맞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유통기한 임박’ 할인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자 폐기 처분을 앞두고 ‘1+1’ 또는 ‘2+1’ 형태로 할인 판매되는 식료품을 찾는 알뜰 쇼핑족이 늘고 있어서다.

유통기한 제도는 1985년 도입 이후 36년간 식품시장에서 ‘절대 불가침’의 원칙으로 통했다. 유통기간을 넘긴 식재료나 식품은 당연히 폐기 처분돼야 하고, 소비돼서도 안 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이를 어기고 식품을 유통시키거나 그런 의혹만 제기돼도 법과 여론의 철퇴를 맞았다. 이 때문에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전체 생활폐기물의 30%(548만t)에 이르고, 그 처리비용만도 연간 1조원이 넘는다는 최근 통계가 있다. 국가 경제적으로나 환경 보호 차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정부가 2023년부터 모든 식료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기한다는 내용의 ‘식품 표시·광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5일 입법예고했다. 지난 7월 법 개정안 처리에 따른 후속 조치다. 유통기한은 판매해도 되는 기간이지만 소비기한은 먹어도 되는 기한이다. 유통기한까지가 소비의 최적 상태라면, 소비기한은 먹어도 되지만 최적 상태는 아니라는 의미다. 두부 유통기한은 14일이다. 그러나 개봉하지 않고 냉장 보관하면 소비기한은 90일 더 늘어난다. 계란의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25일 길고, 식빵(20일), 우유(45일), 냉동만두(1년), 참치캔(10년) 소비기한도 마찬가지다. 소비기한 대체 효과가 연간 886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모두 이 제도를 시행 중이고, 국제기구도 권고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는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병행 표기가 시범 적용될 전망이다. 일부 기업이 벌써 그런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한 점. 소비기한 제도가 정착되면 유통기한 하루만 지나도 모든 음식을 냉장고에서 쓰레기통으로 직행시키는 ‘완벽 깔끔’ 한국 주부의 습관도 바뀔까.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