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ESG 시대 '의료기관의 숙제'
코로나19로 인해 환경(environmental)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내세운 ESG 경영이 뜨거운 화두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팬데믹은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극도의 혼돈 속에서 홀로 안전할 수 없으며 전(全) 세계적 차원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ESG 전략이 보다 강력하게 추진돼야 할 이유도 생겼다.

ESG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데 환경과 인류에 대한 배려를 핵심가치로 삼는 것이다. 선한 일과 재무적 성과를 함께 실현함으로써 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조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과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환자치유라는 공공의 사회적 책임을 가진 의료기관에서는 ESG 경영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까?

의료기관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적정한 이익을 활용해 환자치유를 위한 우수 인력 양성, 첨단 장비 및 시설투자, 신약개발 연구 성과물 등이 다시 환자치유로 이어지는 지속적 선순환 구조를 끊임없이 만들고 유지해나가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 시설 운영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 관련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는 의사결정에서 ESG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최우선에 둬야 하는 당위의 문제에 직면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행에서는 현실적인 많은 어려움이 있다. ESG 경영을 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큰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많다. 왜냐하면, 그 성과는 오랜 시간을 통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 병원 경영에서도, 우리가 결정하는 무수한 일들이 어떤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는지, ESG 경영에 적합한지, 적합하다면 어떻게 더 체계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당장 ESG 경영을 선언하고 어떻게 도입할지 준비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1990년 말부터 세브란스를 필두로 각 의료기관이 선포한 사명과 비전을 다시 음미하면서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가슴 깊이 숙고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