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결정이다. 태평양에 접해 있는 국가 간 관세 철폐와 경제통합을 지향하는 이 거대 경제블록의 가입 여부를 놓고 8년씩이나 허송세월한 게 유감일 뿐이다. 중국과 대만까지 이 다자협정에 가입 신청서를 내자 더 이상 우물쭈물해선 안 되겠다는 위기감의 발로인 만큼, 11개 회원국 동의를 조속히 받아내는 등 준비에 만반을 기해야 할 것이다.

통상·투자협정이 대개 그렇듯이 CPTPP에서도 가입에 따른 문제점보다 가입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과 국가적 손실을 먼저 봤어야 했다. 이 계산만 명확하고 냉정하게 했어도 불필요한 시간 낭비는 없었고, 초기 단계의 ‘창립국 기득권’도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CPTPP 전 단계인 TPP 논의 때부터 한경을 비롯해 수많은 경제·산업 전문가들이 ‘적극 조기 가입’의 중요성을 얼마나 역설해왔나. 국내 특정 그룹 눈치를 살피느라, 중국 움직임 등 비경제 국제 동향을 의식하느라 실기한 대가를 향후 ‘가입 조건’에서 어떤 불이익으로 떠안게 될지 겁난다.

CPTPP만이 아니다. 수출입·투자 등 교역과 개방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개방 알레르기’가 과도했다. 미국 중국 칠레 등 개별 국가와의 FTA도 수시로 폄하되면서 불필요한 난관을 거듭 겪어야 했다. 우루과이라운드 때부터의 ‘농업 보호’는 도그마처럼 작용해 공산품 수출에 따른 전체 이익은 무시되곤 했다. 이 바람에 사회적 비용만 늘어났지만, ‘개방 거부감’은 아직 곳곳에 남아 있다. ‘경제영토 확장’이 내년도 두 차례 선거에서 또 소모적·퇴행적 논쟁거리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개방과 자유무역의 이점을 누려야 우리 경제가 산다. 한국이 이만큼 성장해온 발전 원리다. 급변하는 신(新)국제질서에 대한 과감한 편입과 주도적 역할은 경제는 물론 안보적 이익까지 증대시킬 것이다. CPTPP에서도 중국 대만까지 가입하려는 판에 한국만 배제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의 외톨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가.

개방 알레르기 극복, 경제블록 적극 참여를 통해 우리 내부의 개혁과 체질 변화도 꾸준히 도모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규준)에 부합하는 획기적 규제 철폐가 동반돼야 새로운 통상협정 동참도 용이할 것이다. CPTPP 의장국 일본이 한국 가입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안정된 경제발전과 굳건한 국가 안보, 그게 외교의 지향점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