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부실 논란에 휩싸였던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가 세간의 우려대로 ‘꼬리 자르기’로 옮아가는 모양새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수사 시작 후 처음으로 재판에 넘기면서 뇌물 수수(3억5200만원)와 수뢰 약속(700억원) 혐의만을 적시했다. 구속영장 청구 때 넣었던 배임은 쏙 빠져, ‘영장만도 못한 공소장’이라는 희귀사례를 만든 것이다. 공소장에는 김만배 씨에게서 5억원을 수수한 사실도 빠졌다. 결국 영장에 적시된 혐의의 3분의 2 정도를 누락해 부실 기소 논란을 자초했다.

유씨의 배임 혐의는 대장동 게이트의 본질이자 핵심이다.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고의 누락해 소수 민간업자들에게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겨주고, 성남시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게 골자다. 그의 배임이 인정되면 최종 결재권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배임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입증자료와 법리를 더 탄탄히 해 처리하겠다”는 게 검찰의 변명이다. 하지만 초과수익 환수를 주장한 실무팀의 업무 배제 등이 드러난 마당에 얼마나 더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법무부 장관, 서울중앙지검장 등 수사 지휘라인의 행태도 봐주기 논란을 증폭시킨다. 박범계 장관은 공항에서 긴급체포한 남욱 변호사를 순순히 석방한 검찰 수사를 “해외에서 입국해 도주 우려가 없는 만큼 문제없다”고 두둔했다. 그리 따지자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부터 비판해야 할 것이다. ‘친정부 성향’ 중앙지검장은 국정감사장에서 ‘그분’은 정치인이 아니라고 했다가 정정하는 해프닝으로 신뢰를 추락시켰다. 물증 확보에 늑장이고, 계좌추적은 하세월이고 녹취록에만 의존하는 상식 밖의 수사는 과연 진상규명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4주 가까운 수사기간 중 난생처음 접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너무 많이 벌어졌다. 핵심자료가 보관된 성남시장실 압수수색은 시청을 4번 압수수색한 뒤 5번째에 가서야 이뤄졌다. 누가 봐도 증거인멸할 시간과 신호를 준 모양새다. 대통령의 ‘신속 수사’ 지시가 떨어지자 3시간 만에 준비도 안 된 영장을 치다 기각되는 낯부끄러운 일도 있었다. 봐주기도 눈치껏 정도껏 해야지 이 정도면 국민 우롱 수준이다. 이런 모든 일이 검찰 개혁을 부르짖었던 이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거세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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