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짜리 단기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에게 2년차에 준해 26일의 연차휴가를 줘야 한다는 고용노동부 행정지침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이 ‘1년 기간제 직원의 최대 연차휴가는 26일이 아니라 11일’이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이번 분쟁은 고용노동부가 1년 계약 근로자에게 월차 11일과 2년차 연차 15일 등 총 26일치 수당을 지급하라는 황당한 행정지침을 만든 데서 비롯됐다. 2017년 말 ‘저연차 근로자의 휴식권을 강화하겠다’며 국회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했고, 법 조항의 미비점을 고용부가 자의적 지침으로 보완한 것이다. 1년 일한 직원에게 퇴직금에다 26일치 휴가수당을 합해 14개월분에 가까운 임금을 지급해야 해 고용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대법원은 “연차사용 권리는 1년 근로를 마친 다음날 발생하므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면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년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 근로자를 장기근속자(연차휴가 최장 25일)보다 우대하는 결과”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너무 상식적인 판단인데 대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릴 때까지 밀어붙인 고용부의 무리수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고용부가 법원에서 면박당하는 일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최저임금과 관련, 법원 판결을 무시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최저임금 산정 시 근로시간에서 주휴수당을 빼도 된다는 취지의 대법 판결에도 법정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시행령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휴수당 등 복잡하고 기형적 임금체계를 선진형으로 개편하기보다 시행령을 바꾸면 법원 판결도 따라올 것이라는 기막힌 발상이다. 그러자 검찰까지 나서서 최저임금 계산법을 대법원 판례와 맞추라고 고용부를 타박했을 정도다.

불법파견 문제도 마찬가지다. 고용부 지침에 따르면 하청회사 관리자가 원청회사 지시를 단순히 전달만 해도 불법파견으로 간주된다. 원청업체가 근로자에게 간접지시만 해도 불법파견으로 판단하는 지침이 2019년 말 생겼기 때문이다. 대법 판례에 따랐다지만 적법도급과 불법파견의 경계가 모호한 가운데 판결을 일방적으로 확대해석한 전형적인 친노조 행보다.

특정 사안의 문제를 넘어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편향이 뚜렷하다. 부실입법의 틈새를 파고들어 자의적 지침을 만든 뒤 불만이 쏟아지면 법원 판단을 받아보라는 식이다. 고용부 출신 전관(前官)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도 이런 행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입법을 넘어선 행정 폭주는 근절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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