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어제 경기도 국정감사는 ‘대장동 게이트’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턱없이 미흡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지사는 현란한 말솜씨로 의혹을 피해가기 바빴고, 여당 의원들은 이 지사를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 국민의힘은 언론에서 제기된 내용을 되풀이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데다 국감마저 ‘헛방’이면 무엇으로 대장동 의혹을 규명할지 갑갑하기만 하다.

이 지사는 예상대로 진솔한 소명 대신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분’에 대해 “부정부패의 주범은 돈을 받은 사람”이라며 시종 국민의힘 탓으로 돌렸다. 성남시장 재직 시 대장동 개발 최종 결재권자로서 10여 차례 서명하고, 사업 결정방식, 배당금 용도 등에 대해 보고받고 승인해놓고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지면서 지분이 7%에 불과한 민간업자가 배당금을 4040억원이나 챙긴 부분에 대해선 “행정은 투기, 벤처가 아니고,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며 책임을 피해나간 것도 기가 막힌다. 의혹의 핵심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며 “공무원 일탈”이라고 한 것도 ‘책임 떠넘기기’ ‘꼬리 자르기’로 비친다.

‘맹탕 국감’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기도와 성남시는 대장동 관련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았고, 여당은 증인·참고인 채택도 막아섰다. 국민의 알 권리는 안중에 없고, 이 지사에게 ‘셀프 면죄부’를 주기 위해 판을 깐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적 의혹은 커지고 있지만, 수사는 갈수록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검찰은 성남시청을 두 차례 늑장 압수수색을 하면서도 의혹의 본체인 시장실과 비서실은 번번이 뺐다. 뇌물 755억원, 배임 1100억원의 혐의를 받는 김만배 씨를 계좌추적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영장을 청구하는 바람에 기각당했다. 오죽하면 “기각되게끔 영장을 청구했다”는 말까지 나오겠나. 베테랑 특수통 검사 배제 등 부실 수사 의혹은 켜켜이 쌓이고 있다.

더욱이 성남시 고문변호사를 지낸 김오수 검찰총장은 수사 지휘를 회피하는 게 마땅한데도 그러지 않고 있어 수사 공정성과 중립성도 흔들릴 판이다. 대통령의 ‘철저 수사’ 지시가 빈말이 돼 가고 있다. 그렇다면 특검이 진실을 밝히도록 하는 수밖에 없는데, 여당과 이 지사는 “시간끌기용”이라며 극력 반대한다. 의지만 있으면 상설특검법을 활용, 3개월 내 수사를 끝낼 수 있는데도 이러는 건 다른 속셈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