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中 공동부유, 이상과 현실

올해 3분기 한국거래소가 유치한 기업공개(IPO) 규모가 홍콩거래소를 앞섰다. 카카오뱅크 등이 상장한 한국은 104억달러(약 12조3000억원)를 기록한 데 비해 홍콩은 62억달러에 그쳤다.

홍콩 증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한국의 2.5배 정도다. 두 거래소의 IPO 규모가 역전된 것도 4년 만일 정도로 드문 일이다. 최근 홍콩의 IPO 시장이 그만큼 얼어붙었다는 얘기다.

홍콩 IPO 시장 규모는 매년 후반으로 갈수록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올 3분기에도 작년 3분기(161억달러)의 절반 밑으로 떨어졌는데 4분기에는 5억달러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동기(230억달러)의 46분의 1 수준이다.
상장 꺼리는 中 민간기업
홍콩은 중국 민간기업이 해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다. 텐센트 알리바바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가 대부분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다. 미국 증시 상장이 막힌 중국 기업들이 몰리면서 홍콩 증시 IPO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홍콩 IPO가 냉각된 1차적인 이유로는 증시 부진이 꼽힌다. 홍콩 대표 주가지수인 항셍지수는 연초 대비 7%가량 빠졌다. 미국 S&P500지수가 19%,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가 16% 오른 것과 대비된다.

해외 투자자들은 홍콩 증시 IPO가 부진한 근본적인 배경으로 중국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 기조와 그에 기반한 전방위적 규제를 지목한다. 민간기업들이 예전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주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은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와중에 굳이 이목을 끌어가면서 상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나 홍콩에서 공개적으로 공동부유를 탓하는 사람을 찾아보긴 어렵다. 하지만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홍콩 증시 투자는 이미 3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민간기업에 대한 중국 내 전망도 해외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 같이 잘산다’는 공동부유의 이상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독과점 해소, 소득 격차 완화, 공공서비스 균등화 등 일련의 실행 방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책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선한 정책에도 대가는 따른다
배달원 처우 개선 사례를 보자. 중국에선 2000만 명의 배달원이 건당 1~2위안(약 185~370원)을 받으며 하루 12시간, 1주일에 6일을 일한다. 한 달 수입은 많아야 8000위안이다. 사회보험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한다. 중국 정부가 택배·음식배달 플랫폼 기업들에 임금과 복지 향상을 주문한 것도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당국의 ‘선한’ 정책을 시장에선 ‘빅테크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대형 기술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고 글로벌 자금의 중국 유입도 위축됐다. ‘제2의 마윈과 마화텅’을 꿈꾸던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 꺾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공동부유가 부자와 기업으로부터 강제로 빼앗는 것도, 포퓰리즘도 아니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언론 통제가 강한 중국에서도 일부 매체가 “립서비스가 아니라 구체적인 기업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할 정도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8월 국정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공산당이 공동부유 개념을 공식 문서에 채택한 것은 2005년 수립한 11차 5개년 경제계획(2006~2010년)에서다. 공동부유가 10년이 넘도록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언급돼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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