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벌이는 감정싸움이 볼썽사납다. 수준 높은 공론의 장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들고,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는 막말과 진흙탕 싸움에 국민은 신물이 날 지경이다. 정권 교체와 대안 세력임을 외치고 있지만, 그럴 의지와 능력을 갖췄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야권 후보 중 지지율 수위를 다투는 윤석열·홍준표 후보가 지난 15일 밤 벌인 1 대 1 맞수토론만 해도 그렇다. 홍 후보는 윤 후보의 부인·장모 등의 의혹에 집중했고, 윤 후보도 홍 후보의 처남 의혹으로 역공하면서 토론 내내 도덕성 공방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 내용도 새로운 것 없이 지금까지 한 말을 ‘고장 난 레코드’처럼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 때문에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내 삶이 어떻게 좋아질까’에 대한 유권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유승민·원희룡 후보가 정책 위주로 토론을 벌인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물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에 대한 도덕성 검증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그러나 경선전이 시작된 이후 국민의힘 후보들이 벌이는 신경전이 도가 지나쳐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당 대표의 특정 후보를 향한 ‘저거 곧 정리된다’는 발언 진위를 두고 난장판 싸움이 벌어졌고, 돌고래와 레밍까지 끌어들여 상대를 조롱하는 ‘막장’을 연출했다. 윤 후보의 손바닥에 적힌 왕(王) 자를 둘러싼 역술 논란과 항문침 시비도 짜증지수를 높였다. “정신머리 바꾸지 않으면 당을 해체하는 게 낫다”는 윤 후보의 말에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홍 후보) “스파이 노릇”(유 후보) 등으로 맞받아친 장면은 ‘험한 말’ 경쟁을 통한 ‘노이즈 마케팅’을 보는 것 같다.

국민의힘과 후보들은 최근 여론조사마다 정권 교체 필요성 비율이 응답자의 절반을 훌쩍 넘는 데 비해 당과 후보 지지율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점을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국민이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것은 폭증하는 나랏빚, 집값과 전셋값 폭등, 세금 폭탄, 고용 참사, 막무가내 탈(脫)원전 등 이 정권의 온갖 ‘무능 정책’으로 인한 고통과 ‘내로남불’의 무책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후보들이 수권 능력을 보여주기는커녕 이전투구만 거듭하니 과연 이들에게 표를 줄 수 있는지 회의감이 드는 게 당연하다. 남은 토론에서도 국정 운영에 대한 비전, 철학, 실천 방안과 민심을 담아낼 그릇임을 보여주지 못하다면 국민은 등을 돌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