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탈(脫)원전 국가’인 프랑스와 일본이 잇따라 신규 원전 투자를 검토하고 나서 주목된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41조원을 소형모듈원자로(SMR)개발과 수소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키로 했다. 일본도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금기어’처럼 간주했던 원전 신설을 거론하고 나섰다. 미국 중국 등이 앞장선 원전 투자 러시에 탈원전국까지 동참하는 모양새다.

이들 국가가 원전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전 없이는 탄소 중립도, 전력난 해소도, 에너지 안보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 탈원전 기조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기존 원전의 재가동을 추진해왔다. 그러다 지난 13일 “40년 이상된 노후 원전을 단계적으로 SMR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아마리 아키라 일본 자민당 간사장)며 공식적으로 신규 원전 투자 필요성을 처음 언급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60%)뿐 아니라 원전 비중도 확대해야 하고, 이런 차원에서 SMR 신규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프랑스도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다.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50%(현재 75%)로 낮춘다는 방침 아래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원자로를 폐쇄해왔으나 SMR 신규 투자쪽으로 돌아섰다. 여기에는 탄소중립뿐 아니라 최근 원유·천연가스·석탄 가격 폭등으로 유럽 각국이 겪고 있는 유례없는 전력난 재발 방지를 위해 원전 투자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원전 투자 러시는 분명 한국에 좋은 기회다. 우리나라는 세계 처음으로 SMR을 개발하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 보유국이다. 미국이 원전수출 공동 협력을 제안한 것도 이런 기술력 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 정부는 무지와 아집으로 시작한 탈원전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다. 탈원전 정책이 원전 가동중단과 관련 인력과 장비·기술의 유출, 수출 기회 박탈 등으로 원자력 생태계에 입힌 손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것도 모자라 2050년까지 원전 없이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며 많게는 수천조원의 시설투자 비용과 재앙적 환경파괴가 예상되는 에너지 전환정책까지 내놓은 게 현 정부다.

근거도, 논리도 부족한 데다 세계 흐름에도 역행하는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범죄 행위에 다름 아니다. 지금이라도 탈원전 오류를 인정하고 원전 생태계 복원과 수출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