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전기요금 인상과 탈원전이 무관하다고?
“전기요금 인상과 탈원전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원자력 발전소가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작년 9~11월 전력 발전에 사용된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화석연료 가격을 기준으로 올 1분기 전기요금을 낮췄다. 하지만 6~8월 연료비가 오르면서 올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전기요금을 인하할 때나 인상할 때나 원전을 통한 전력 생산량은 동일한 만큼 탈원전이 전기요금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게 문 장관 주장의 핵심이다. 하지만 문 장관의 이 같은 주장은 탈원전 정책이 전기요금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한 ‘반쪽짜리 진실’이다. 당장 전기요금을 올리고 내린 몇 개월만 보면 원전 발전량에 큰 차이가 없지만, 탈원전으로 인해 추가로 운영할 수 있었던 원전을 쓰지 못하는 바람에 최근 값이 치솟고 있는 LNG 등에 대한 발전 의존도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4월 사실상 완공된 신한울 원전 1호기를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 등과 같은 비합리적인 이유로 지난 15개월간 운영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신한울 1호기의 상업운전은 내년 3월에야 시작될 예정이다. 2019년 조기 폐쇄된 월성 1호기 역시 감사원 조사 결과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원전의 설비용량은 총 2GW를 넘는다. 국내 전체 원전 설비 용량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이렇게 제때 쓰이지 못한 원전이 제대로 가동됐다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 출범했을 때부터 탈원전 정책이 전기요금 인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자력 발전 비용이 LNG나 태양광 등 다른 방식의 발전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선 상대적으로 값비싼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값싼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따른 비용 증가는 일정 부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 정책을 짜는 산업부 장관이 이 같은 산업 구조를 몰랐을 리 없다. 문 장관의 국감 답변은 일부 단편적인 부분에 기대 전체 사실관계를 호도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눈앞에 닥친 에너지 위기 상황을 받아들이고 지금이라도 탈원전 기조를 바꿀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