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헝다 사태發 이탈 자금, 강남 집값 부추기나
중국 헝다그룹 사태가 본격화된 지도 2개월이 다 돼간다. 현재까지 부채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달러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테크니컬 디폴트 단계다. 시장 안정 차원에서 30일 유예기간을 두는 국제금융시장 관행상 부도가 처리되지 않았을 뿐이다. 약속한 위안화 채권 이자 지급도 다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부터 제2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레버리지 투자 관행에서 비롯된 리먼 사태와 달리 부동산 개발업체의 과다 차입이 원인인 데다 글로벌화 비중도 낮아 ‘나비 효과’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배출 효과’가 나타나 리먼 사태와 다른 형태로 미국, 한국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헝다 사태發 이탈 자금, 강남 집값 부추기나
나비 효과란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증거금 부족 현상인 마진 콜에 봉착하고 이에 응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회수하는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자산 거품이 연쇄적으로 꺼지는 현상을 말한다. 반면에 배출 효과는 위기 발생국에서 이탈한 자금 유입으로 다른 국가들은 자산 거품이 오히려 더 커지는 현상이다.

부동산 가격은 성장률에 비례한다. 하지만 헝다 사태 이후 이 정형화된 룰이 깨졌다. 지난 2분기 미국 주요 도시 집값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19.6%에 달해 같은 기간 중국 도시 집값 상승률 5.6%의 3.5배에 달했다. 3분기에는 상하이 집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미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헝다 사태로 중국 부동산 시장 위축 과정에서 이탈한 자금이 유입돼 집값이 더 올라갈 경우 미국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시진핑 정부가 헝다 사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데도 질질 끌어가는 듯한 움직임에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15년 전에도 같은 사례가 있었다. 1990년대 후반 신경제 신화로 부동산 거품이 심화되자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2004년부터 기준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중국이 보유 외화로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장금리가 더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해 부동산 거품이 더 심해지고 급기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다.

코로나 사태 직후에는 Fed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렸으나 중국이 미국 국채를 내다 파는 과정에서 시장금리가 오르는 ‘파월 수수께끼’ 현상이 나타나 지금까지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현재 1조달러 내외인 미국 국채 보유분을 8000억달러 선까지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은 그 충격이 의외로 크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유럽의 피치사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한 단계 강등할 정도로 재정적자와 국가 채무가 위험 수준에 도달하고, 연방 부채 상한 조정 협상도 원만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국채 매각은 곧바로 미국의 부도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경기 측면에서도 Fed의 금리 인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중국의 국채 매각으로 미국의 장기채 금리가 더 오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높아지고 있는 저축률을 더 끌어올려 소비를 둔화시킬 공산이 크다. 코로나 사태 직전에 8%대였던 미국 국민의 저축률이 20%대까지 높아졌다가 최근에는 하락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작년 3월 중순 이후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로 달러 가치를 유지할 수 없는 ‘트리핀 딜레마’에 빠진 여건에서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은 달러 가치를 추가적으로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달러 가치 평가의 보편적 잣대인 달러인덱스가 코로나 사태 직후 103에서 최근 94 안팎으로 10% 가깝게 떨어졌다.

경기 회복과 고용 창출이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 조기에 불거진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을 잡기 위해 원하지 않은 테이퍼링을 앞당겨 추진하면 Fed의 최대 치욕인 ‘에클스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한국도 강남 등 수도권 집값에 헝다 사태에 따른 불안 요인이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