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의 토니어워즈'를 꿈꾸며…
얼마 전 ‘토니어워즈’가 개최됐다. 토니어워즈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배출한 연출가 앙투아네트 페리를 기리기 위해 그의 애칭 토니에서 명칭을 따 1974년 만들어진 상이다. 연극과 뮤지컬 애호가라면 매년 5~6월에 열리는 이 축제를 빼놓지 않고 챙긴다.

코로나19 여파로 브로드웨이 극장가 역시 1년6개월의 셧다운 기간을 보냈다. 2019년과 2020년 개최되지 못했던 토니어워즈가 지난달 26일에 윈터 가든 시어터에서 중단한 지 약 15개월 만에 열렸다.

올해로 74회를 기록한 토니어워즈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국내 기업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 ‘물랑루즈’가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해 10개 부문을 석권했기 때문이다. 물랑루즈는 최우수작품상·연출·안무 등 10개 부문을 수상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뮤지컬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이와 같은 행보에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토니어워즈가 열릴 때면 떠오르는 아쉬운 기억 하나가 있다. 바로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뮤지컬 어워즈 ‘예그린어워즈’다. 충무아트센터 재직 당시, 2012년 한국 뮤지컬의 발전과 창작 뮤지컬의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예그린어워즈’를 개최했다. ‘예그린’은 ‘옛날을 그리며 미래를 열다’란 의미로 한국 창작 뮤지컬의 효시로 꼽히는 작품 ‘살짜기 옵서예’를 공연한 ‘예그린 악단’에서 딴 명칭이다. 예그린어워즈는 명칭부터 한국 뮤지컬의 역사성을 다지며, 한국 뮤지컬의 선구자들에게 헌사하는 ‘예그린 상 0호’를 지정해 그 뜻을 기렸다. 예그린 악단 단장인 고(故) 박용구, 예그린 악단에서 활동하던 작곡가 고 최창권, 한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의 연출을 맡았던 전 산울림극단 대표 임영웅, 한국음악계의 거목 고 김희조 선생이 예그린 상 0호다.

충무아트센터 1층 ‘명예의 전당’엔 예그린 대상 주역의 얼굴을 담은 부조가 있다. 지금도 이 공간은 남아 있지만 7회를 끝으로 예그린어워즈는 더 이상 개최되지 않았다. 참 안타깝다.

현재 국내 뮤지컬 시상식은 2016년 시작한 ‘한국뮤지컬어워즈’가 유일하다. 공연예술은 관객과의 소통과 만남을 통해 완성되는 산업이다. 74회를 맞이한 토니어워즈처럼 권위와 역사성 있는 시상식이 한국 뮤지컬 시장을 드높이고, 산업적 기반을 다지는 지속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예그린어워즈는 사라졌지만 지속적인 지원과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다져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대표하는 한국의 토니어워즈가 우리 뮤지컬계에도 나타나길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