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배달앱 쓰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극복’을 명분으로 일반 개개인에게 적용되는 다양한 현금성 지원책을 신설했다. 1인당 25만원의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2만원 이상의 배달음식을 4회 주문하면 1만원을 환급해주는 ‘비대면 외식쿠폰’, 2분기보다 카드 소비를 늘리면 증가분의 일부를 돌려주는 ‘상생소비 지원금(카드 캐시백)’ 등이 대표적이다.

비슷한 정책 목표를 가진 사업들이지만 실제 지원금을 받아 사용하는 소비자 사이에선 최근 “혼란스럽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원금마다 배달앱 사용조건이 제각각인 탓에 자칫 잘못하면 지원금은 쓰지도 못하고 과소비만 하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88%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민간배달앱을 통해선 사용할 수 없다. 공공배달앱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민간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서 재난지원금을 쓰고 싶다면 배달원이 가져온 단말기로 대면 결제를 해야 한다.

반면 비대면 외식쿠폰 사업은 공공배달앱뿐만 아니라 민간배달앱에서의 결제도 실적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배달원이 가져온 단말기로 계산하면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드시 배달앱 내 비대면 결제로 음식을 주문해야 한다. 상생소비지원금은 대면·비대면 결제 모두 카드로 결제하면 실적으로 인정된다.

서울에서 홀로 사는 미혼 직장인 이모씨(30)는 이 같은 지원금별 사용조건 차이를 모르고 민간배달앱을 사용했다가 최근 낭패를 봤다.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면서도 비대면 외식쿠폰 사업을 통해 1만원을 환급받을 목적으로 평소보다 많은 음식을 주문했지만 재난지원금은 전혀 쓰이지 않고 자신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이씨는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준다는 지원금들의 배달앱 사용조건이 왜 제각각인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는 이들 지원금의 세부 사업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배달앱 사용조건도 다르게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재난지원금은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사용처를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으로 제한하다 보니 배달앱 중에선 상품권과 연계된 공공배달앱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비대면 소비쿠폰 사업은 명칭 그대로 비대면 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어서 민간·공공배달앱을 가리진 않지만 대면 결제를 배제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은 정부의 세부 목표까지 고려해 행동하지 않는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마련됐고,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각종 지원책을 비슷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설계 단계에서 소비자 편의를 배제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