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시작된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기업인 줄소환’이라는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금까지 여야가 증인·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합의한 기업인은 100명이 넘는다. 상임위별로 증인 신청이 줄을 잇고 있어 예년보다 훨씬 많은 기업인이 국감장에 불려나올 판이다. 국회가 해마다 강조하는 ‘정책 국감’은 어디가고 올해도 ‘기업 때리기 국감’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기업인 증인 채택 현황을 보면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정무위는 지금까지 채택된 21명의 증인·참고인 중 3명만 빼고 모두 기업인이다. 국정감사인지 기업감사인지 헷갈릴 정도다. 농해수위조차 증인·참고인 중 기업인이 65%나 된다. 플랫폼 기업 대표들은 대부분 상임위 3~4곳에 겹치기 소환당하는 바람에 ‘뺑뺑이’를 돌 판이다. 상임위 5~6곳에서 증인 신청 명단에 오른 기업인들도 있다. 독과점 등이 이슈가 되자 ‘플랫폼 기업 때리기’로 주목을 받아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국감에 기업인을 부르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같은 현안을 두고 상임위들이 스타트업 기업인까지 ‘입도선매’하듯 증인 채택 경쟁에 나서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요 기업 총수 10여 명이 증인 신청 명단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총수부터 부르겠다고 한 다음, 이를 흥정거리 삼아 기업과 뒷거래를 시도한 게 그간 국감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증인으로 부르는 이유도 납득하기 어려운 게 한둘이 아니다. 농해수위는 농어촌발전기금 출연 문제를 따지려고 식품회사 대표들을, 농어촌 초고속 인터넷 보급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IT기업 대표들을 부른다. 국감을 민원 해결의 장으로 삼겠다는 구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에 맞춰 편의점 등에 스마트워치 등을 판매해 재난지원금 취지를 해쳤다며 회사 대표를 증인석에 앉히겠다는 것도 어이없다. 정부의 탄소중립 및 수소경제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구하기 위해 산자위 등에서 기업 대표들을 부른다고 한다. 명목은 그럴듯하지만 기업 참여를 압박하려는 속셈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올해로 부활한 지 33년째인 국감이 이제는 국정 전반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란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기업인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만으로도 해당 기업의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인 소환은 최소화돼야 하며, 꼭 불러야 한다면 국회의원의 일방적 호통·훈계·막말이 아니라 건전한 토론을 통해 생산적 대안과 해법을 도출하는 국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