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 의혹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자고 나면 의혹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쏟아지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를 지경이다. 개발업자들은 물론 정치권, 법조계 등 지도층 인사들까지 두루 연루돼 악취가 진동한다.

시행사인 화천대유의 ‘돈잔치’를 보면 국민이 느끼는 허탈감과 상실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아들은 성과급·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실수령액 28억원)을 받았다. 직원으로 세운 공과 산업재해 때문이라고 하지만, 대리급 직원이 6년간 근무하고 이런 거액을 받은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정치권 ‘쪼개기 후원’ 의혹과 유력인사 6명에게 50억원씩 줬다는 소문도 나돈다. 화천대유와 관계사 출자자들이 투자금의 1000배가 넘는 배당금을 가져간 것도 요지경이다.

화천대유 고문·자문을 맡은 법조계 고위 전관(前官)들의 처신도 문제다.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권순일 전 대법관은 통상 수준을 넘는 월 15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딸이 화천대유에서 일한 박영수 전 특검은 화천대유 관계사 소유주인 남모 변호사의 대장동 로비 혐의 재판 때 변호를 맡았으며,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은 남 변호사 구속기소 당시 소관 지검장이었다. 이해충돌 여부를 떠나 법조 윤리의 밑바닥을 보는 것 같다.

검찰과 경찰이 ‘대장동 게이트’ 수사에 착수했다. 사업구조가 화천대유에 몰아주기식으로 짜인 배경, 돈 흐름 등 밝혀내야 할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의 수사 신뢰성에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에 연이은 ‘보은·좌천 인사’로 친정부 성향의 간부가 많은 데다 법조 고위인사들이 관련된 만큼 자칫 ‘제 식구 감싸기’ 우려도 있다. 지난 4월 화천대유 법인계좌에서 수십억원이 인출된 금융자료를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넘겨받고도 5개월간 미적거린 경찰도 미덥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정치적 입김에 좌우되지 않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인사로 특별검사를 구성해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이 지사는 “1원이라도 이득을 봤다면 공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했고, 이 지사와 여당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특검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수사든, 조사든 모두 받겠다면서도 정작 특검은 안 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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