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머스크가 일깨운 탈원전 수혜주
“원자력 에너지는 전통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뜻 보면 원자력공학과 교수나 원전업계 종사자가 한 말 같다. 그들의 마음을 대변해준 이는 뜻밖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였다. 지난 24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테크행사에서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 존 엘칸 회장과의 화상 대담을 통해서다.

이 자리에서 머스크는 암호화폐 얘기가 아니라 ‘원전 예찬론’을 쏟아냈다. “원전보다 석탄이 건강에 더 위험하다는 증거가 많다”며 “원전은 안전하고 위험성을 노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원전보다 신재생에너지가 낫지 않느냐’는 반론을 예견한 듯 “장기적으론 태양광과 풍력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겠지만 적어도 그전까지는 원자력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 강국들의 공통점

이날 머스크의 발언 중 가장 주목을 끈 것은 “탈원전을 선택한 국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 대목이었다. 정확한 워딩은 “일부 국가들이 원전을 포기한다는 얘길 듣고 놀랐다(I am surprised that some countries have abandoned nuclear power)”였다. 특정 국가를 지칭하진 않았지만 탈원전 행보를 보여온 한국과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공교롭게도 이들 국가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자동차 생산국이다. 정확히 말하면 자국 브랜드를 달고 완성차를 제조하는 나라들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테슬라 경쟁 업체가 속한 국가 대부분이 탈원전 대열에 있다는 것이다. 모두 자동차 강국으로 어깨에 힘을 주다가 테슬라라는 ‘게임 체인저’를 만나 전기차 부문에서 고전하고 있다. 뒤늦게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난공불락에 가깝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가량 많은 39만2000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22.2% 점유율로 세계 전기차 시장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자동차 판매량은 기존 완성차 업체 대비 20분의 1 수준이지만 시가총액 기준으론 일본 도요타에 이어 2위권이다.

중국 전기차도 수혜주

탈원전 정책은 전기차 경쟁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전기차의 성패는 경쟁력 있는 충전 인프라에 달려 있다. 충분한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 못지않게 저렴한 비용으로 충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발전에서 원전이 빠지면 어떻게 될까. 전기차 충전 비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태양광이나 풍력을 쓰면 다행이지만 당장 원전 대신 쓸 수 있는 건 화석연료뿐이다. 막대한 석탄을 태워 생산한 전기를 끌어와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그 전기차를 친환경 차량이라고 홍보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널려 있다. 대부분 중국 얘기이긴 하지만 전기차 보급량이 급증하면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줄었다고 하지만 해 안 뜨고 바람 안 부는 날 화석연료를 이용하지 않고 어떻게 전기를 만들 수 있을까.

머스크는 이런 아이러니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탈원전이 웬 말이냐”는 취지의 말을 했을 것이다. 중국엔 머스크 같은 천재는 없지만 탄소 제로를 지향하는 시대에 탈원전을 주장하는 지도자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니오 샤오펑 리오토 같은 중국 ‘전기차 3총사’가 테슬라처럼 탈원전 혜택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어떤가. 벌써부터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얘기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