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대리업무의 소개·알선을 금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관련 업계도 모르는 사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가 논란을 빚고 있다(한경 9월 25일자 A1, 5면 참조). 특정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원천금지하는 유례 없는 법안이 어떻게 관련 업계와 한 번 논의도 없이 소관 상임위를 거쳐 법사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경위는 둘째 치고 국회는 법안의 관련 개악 조항을 삭제해야 마땅하다. 세무 관련 스타트업들의 싹을 뿌리째 뽑을 소지가 다분한 데다, 여당과 정부가 최근 소상공인 보호를 내세워 추진 중인 플랫폼 규제 취지와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세무 대리업무를 소개·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요구하여서는 안 된다(제2조2)’고 규정하면서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대로라면 ‘삼쩜삼’ ‘찾아줘 세무사’ 같은 신생 온라인 플랫폼들은 당장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어야 할 판이다. 더구나 이들 서비스의 주요 이용자는 연 소득 3500만원 이하 영세 사업자들이다. 서비스가 중단되면 당장 영세사업자들부터 저렴한 수수료의 세금신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조항이 어떻게 개정안에 들어갔는지는 짐작할 만하다. 당초 법 개정은 변호사들이 세무사의 핵심업무인 장부작성 대행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에서 손 떼도록 ‘벽’을 치기 위해 추진됐다. 그러다 지난 7월 소관 상임위(기획재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 금지조항이 들어갔다. 세무사협회는 1만4000여 회원을 둔 직능단체다. ‘표를 가진’ 이익단체와 ‘표를 구하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특정 플랫폼 사업을 원천 금지하는 도(度) 넘은 법안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기득권 보호 규제가 앞으로도 줄 이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앞서 수만~수십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변호사협회·공인중개사협회·안경사협회 등이 여당과 함께 로톡·직방·라운즈 등 신생 플랫폼업체에 압력을 가했고, 실제로 로톡은 이달 말부터 ‘형량예측 서비스’를 중단키로 했다. 여당이 정기국회 내 처리를 벼르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 9개 플랫폼 법안들도 명분은 기존 산업과의 공정경쟁이지만 결국은 기득권 보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국들은 뛰고 날고 있는데, 이 나라에선 여전히 선거와 표 타령에 뒷걸음질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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