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가 법제화된 지 5년이 됐지만 기업 부담은 여전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치밀한 준비 없이 의욕과 명분만 앞세운 정책의 후과나 부작용이 어떤지 잘 보여주는 실례여서 주목해 볼 만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대·중소기업 300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89%가 ‘중장년 인력관리가 어렵다’고 답했다. ‘높은 인건비 부담’(48%)과 ‘신규 채용 부담’(26%)이 주된 이유다.

정년연장이 청년 취업난을 유발한 것이란 데 주목한 전문가들은 물론 기업 현장에서 줄곧 지적해온 문제점이 재확인된 것이다. 노동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정년 추가연장에 대해 기업 72%가 반대하는 것도 예상된 반응이다. 그 이유가 ‘일자리에 미칠 악영향 때문’(62%)이라는 답변 또한 상식적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몇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내지르기’에나 골몰할 뿐 정책 성과 검증에는 관심도 없는 정부와 국회가 크게 반성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 사후점검을 외면하니 민간에서 궁여지책으로 하는 것이다. 의욕만 앞세우고 인기나 얻고 보자는 ‘정책을 가장한 정치’가 너무 많다. 현실을 무시한 채 급히 올린 최저임금이 그렇고, 효과분석 없이 돈만 퍼붓는 관제(官製)일자리 대책이 그렇다. 결국 적립금을 거덜 낸 고용보험, ‘문재인 케어’로 일찍 털어먹은 건강보험 등 공적 보험 남용부터 논란 많은 국민 재난지원금까지 제대로 된 정책 성과 점검이 없다. 그렇게 자신감도 없는 정책을 왜 몰아붙이나.

정년 60세 연장법이 기성세대의 일자리 기득권 챙기기였다는 사실도 재확인됐다. 시행 5년을 돌아보니 신규 채용에 부담이 됐고, 65세로 추가 연장 시 일자리에 악영향을 준다는 다수의 답변에서 확인된다.

돌파구나 보완책이 없지 않다. 고용방식·임금체계·직무관리에서의 기업 자율 확대, 즉 고용 유연성 확대다. 이번 조사에서 44% 기업이 정년 60세 이후에도 계속 고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방식이 주로 ‘계약직’(95%)이고, ‘정년연장’은 5%에 불과한 데 시사점이 있다. 아울러 정년이 연장되면서 늘어난 중장년 근로자 생산성이 젊은 세대와 비교해 ‘비슷하다’(56%) 또는 ‘높다’(18%)는 평가도 간과해선 안 된다. 고용 유연성을 확보해 중장년층에 일할 기회를 더 준다면 기업 부담을 줄이면서 인구감소 대응책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년연장에 부정적이지 않은 28% 기업도 방식은 ‘기업 자율’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대선 공약에 ‘정년 추가 연장’을 담은 여당부터 이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