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빅데이터만 의존하면 개인 관점 놓칠 수도
AI 활용해 초개인화된 '디지털 나' 서비스 제공
사업자 간 지능·지식 공유해 생태계 발전시켜야

이경전 <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
[이경전의 경영과 과학] 고객 중심 AI, 기업간 협력이 필수다

인공지능(AI) 시스템에 기반한 개인화된 추천을 개별 고객에게 제공하자는 제안에 대해 해당 기업 임원이 “우리 매출의 80%는 상품 A에서 나오므로 그런 추천 시스템은 필요 없다”는 대답을 한다고 하자. 이 대답은 빅데이터 또는 통계 관점에서는 맞을 수 있으나 AI 관점에서는 틀렸다. 그 회사는 고객 개인에 대한 추천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 없이 해당 상품 A에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 관점에서는 다르다. 사용자 한 명 한 명은 해당 상품보다 더 잘 맞는 상품 B가 있었다면 그것을 구매했을 수도 있고, A와 B를 모두 구매했을 수도 있는데, 기업은 그 기회를 놓쳐 왔을 수 있다. 또한 어떤 사용자들은 억지로 A를 구매해오는 과정에서 점차 그 기업에서 멀어져가는 비고객으로 변하는 과정에 있었을 수도 있다. 이렇게 통계와 빅데이터에 의존한 경영은 현실과 대세에 안주하게 만들어 향상의 기회를 놓치고 손실의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크게만 보기 때문에 개인의 관점을 놓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통계의 함정 중 하나다.

반면 협업 필터링에서 출발한 개인화 추천 AI 기술은 딥러닝과 연합 학습, 최신 자연어처리 딥러닝 및 강화 학습 기술 등에 의해 발전해 개인의 건강·지식 등 상태 정보의 추이를 반영한다. 또 비슷한 상태에 놓여 있는 다른 개인의 상태 정보와 당시의 조치(치료·콘텐츠·제품·서비스) 성과를 고려해 초개인화된 추천이 가능해지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마존, 넷플릭스 등이 전통적인 협업 필터링 기술에 기반한 추천을 했다면, 스포티파이는 협업 필터링과 딥러닝을 결합한 추천을 하고 있고, 지난 5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한국의 뤼이드는 강화학습 기법까지 결합해 추천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중국 베이징대,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노스웨스턴대, 조지아텍 등이 의료 데이터셋을 가지고 환자의 상태, 추이, 유사성, 당시의 조치와 결과를 고려해 AI 시스템이 최적의 예측과 처방을 생성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첨단 추천 기술은 계속 진화해 알리바바, 한국의 하렉스인포텍과 경희대는 최근 자연어처리 AI 기술인 ‘트랜스포머’를 이용한 추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독일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아임 유어 맨’은 여성의 행복을 위해 초개인화된 행동을 하는 잘생기고 친절한 남자 로봇 톰과 매우 이성적인 고고학자 알마의 3주간의 실험을 애틋하게 그리고 있다. 그런 물리적 로봇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수십 년, 수백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사용자 개인에게 필요한 콘텐츠, 학습자료, 제품, 의료서비스 등을 AI로 추천하는 것은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런 서비스를 ‘디지털 미(Me)’ 또는 ‘디지털 나’로 범주화할 수 있는데, 각 개인은 자신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디지털 나’ 사업자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해당 사업자들은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 AI를 개발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공을 담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

데이터를 연료, AI를 엔진에 비유할 때 사용자 중심 AI는 연료의 흐름과 조성을 바꾸고 엔진도 바꾸는 것이다. 사용자 중심 AI는 결국 사업자 간 연합 비즈니스 모델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인데, 각 전문 분야에서 ‘디지털 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고객의 민감한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서비스 과정에서 얻어지는 지능은 공유해 상호 간의 윈윈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고 할 것이다. 즉, 사용자 데이터를 사업자들이 함부로 공유하면 안 되고,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지능을 공유하는 연합 기계 학습 구조로 가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사용자 중심 AI 기술을 기반으로 초개인화된 ‘디지털 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사업자 간에 지능과 지식을 공유해 더 발전된 지능과 서비스를 추구하는 구조로 발전하는 것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지키는 동시에, 사회 전반의 지능을 높이면서 사업자 간 협력과 경쟁을 고양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길이라 믿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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