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 16일부터 단기 연체 채무자의 대출금리를 최대 70% 감면해 주기로 했다. 이자 부담을 줄여 채무상환을 돕자는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연 20%)로 돈을 빌린 후 연체기간이 석 달 미만인 소상공인이면 신용회복위원회의 사전 채무조정을 거쳐 대출금리를 연 6%까지 낮출 수 있게 된다.

코로나로 한층 어려워진 가계나 소상공인들을 돕자는 취지는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저(低)신용 고(高)금리’라는 금융의 기본원칙을 깨는 방식이어야 하는지 재차 묻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시중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대출 규제가 맞물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가리지 않고 모두 급등세다. 특히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년 전 연 2%대 초반에서 3% 초반으로 껑충 뛰었다. 연체 없이 꼬박꼬박 대출금을 갚아온 채무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연체자의 대출금리를 깎아주거나 연체 상환자의 신용사면을 추진하는 등 저신용자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자칫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신용이란 금융의 기본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런 방식 외에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저신용자·연체자 문제는 취약계층 구제라는 복지 차원에서 접근 가능하다. 금융을 끌어들일 게 아니라 재정에서 지원하면 된다. 지금처럼 정상 거래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연체자 금리를 깎아주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고신용자와 저신용자의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모순적 상황은 금융의 신뢰를 허물어 지속가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상 채무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집값 폭등을 공급 부족이 아니라 가계대출 급증 탓으로 돌리고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공급 확대로 풀 문제를 ‘부동산 정치’로 풀려다 보니 집값은 계속 뛰고, 금융 원칙은 훼손되는 부작용이 계속되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주자들까지 ‘최고금리 연 10% 제한’ 등 반(反)시장적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말로는 ‘글로벌 금융허브’ ‘금융산업 선진화’를 외치면서 행동은 ‘정치 금융’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용과 신뢰가 생명인 금융을 이렇게 다뤄도 되는 것인가.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