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후 매물 자취 감춰
"다주택자 퇴로 열어줘야" 지적

정의진 경제부 기자
[취재수첩] 대책도 없이 '양도세 완화' 눈감은 정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완화할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지난 1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 발언이다. 최대 82.5%에 달하는 ‘징벌적’ 양도소득세가 최근 부동산 매물 잠김 현상을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제수장이 공개적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7·10 대책을 올 6월 시행하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최고 세율을 71.5%에서 82.5%로 높였다.

홍 부총리는 현행 양도세율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완화해주면 주택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완화 효과가 굉장히 불확실하다는 것이 저희의 일반적 평가입니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낮춰줘도 공급 증가를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6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 시행 이후 부동산 매물이 급격히 감소하며 집값이 뛰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4240건으로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되기 직전인 5월(5090건)에 비해 16.7% 감소했다.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전이었던 작년 6월(1만1106건)과 비교해선 61.8%나 감소했다.

집값 역시 끝을 모르고 상승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1.66% 올랐다. 작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 양도세 중과 조치 직후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수도권 주택가격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1.88%를 기록하며 2006년 12월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은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1698건으로 1개월 전인 5월(1261건)에 비해 34.7%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서울 송파구에서의 증여 건수는 82건에서 629건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주택 공급자의 거래비용을 높이면 매물이 감소하고, 거래비용을 낮추면 매물이 증가한다고 줄곧 지적해왔다. 양도세는 부동산 시장의 대표적인 거래비용이다.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공인중개사들 역시 집값 안정을 위해 양도세를 인하하고,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려했던 양도세 중과의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지금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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