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이 최근 한국의 ‘빅테크 때리기’ 움직임이 중국을 닮아간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부와 여당이 카카오 구글 등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을 거세게 압박하면서 관련 주가가 폭락하는 모습이 최근 중국 상황과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보도다. 어쩌다 시장경제 원리를 표방하는 세계 10위권 경제선진국이 중국 공산당의 국가사회주의 정책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게 됐는지 씁쓸하기 짝이 없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내년 10월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여부를 결정할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기업들을 쥐어짜고 있다. 빅테크뿐 아니라 사교육·게임·부동산 등 전방위로 규제를 강화했고, 기업들은 이런 압박에 사회기여를 위한 기금 조성계획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 충격으로 알리바바 등 관련 종목 주가는 바닥 모를 폭락세다. 이런 상황이 한국과 다를까 .

WSJ는 “한국 집권여당이 야당과 박빙의 지지율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내년 3월까지는 빅테크 때리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이미 “모든 것을 정권 재창출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여당 대표의 발언까지 나와 있는 터다. 그만큼 여당의 빅테크 공세는 노골적이다. 정부 부처를 총동원해 간담회 개최부터 규제방안 발표, 관련 법안 처리계획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내달 국정감사 때는 상임위별로 카카오 쿠팡 등 주요 플랫폼 기업 대표들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국민이 보는 TV 앞에서 ‘면박주기 호통쇼’를 펼치겠다는 심산에 다름 아니다. “총수가 안 나오면 현장실사를 나가겠다”거나 “플랫폼 기업 기금징수 법안을 내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카카오 사례에서 보듯 빅테크의 독점 횡포에는 분명 개선해야 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꼭 이런 식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산업은 산업대로 육성하면서 차분히 해법을 찾을 길이 없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카카오가 택시 콜 몰아주기 논란을 초래한 사례만 봐도 정부가 ‘타다’ 서비스를 불허해 독점을 방조한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문제가 생기면 항상 책임 회피요, 남 탓이다. 언론 통제로 귀결될 ‘언론재갈법’을 밀어붙이는 발상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외신들이 걱정하는 나라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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