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의 논점과 관점] 난장판 곳곳에 경기동부연합
곳곳에서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이름이 다시 들려온다. 경기동부연합 ‘몸통’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선동죄로 수감된 지 7년 만의 일이다. 가장 늦게까지 가장 급진적 생각을 고집하다 자멸했던 배타적 진보좌파 그룹이 더 거대하게 업그레이드하고 재등판한 모습이다.

최근 터진 일련의 비상식적 사태에선 높은 확률로 경기동부연합이 거론된다. 민노총 산하 택배노조의 야만적 행태에 대리점장이 죽음으로 저항한 가슴 먹먹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망자 모욕’ ‘돈 갈취’ ‘비(非)노조원 폭언·폭행’을 서슴지 않는 택배노조를 4년에 걸쳐 키워낸 주역이 경기동부 출신 활동가다. 통진당 후신 격인 진보당의 김재연 대선후보는 대리점 접수에 나선 택배노조의 과격 파업 현장을 방문해 격려하기도 했다.

보폭 확 넓힌 '이석기 지하당'

어처구니없었던 ‘충북동지회’ 사건에서도 경기동부연합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김정은 충성 혈서’까지 쓴 주모자들에게 북한은 경기동부 출신 인사를 포섭해 제도권 진보정당으로 침투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9개월 전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의 당선이 ‘화려한 컴백’의 신호탄이었다. 경기동부가 처음으로 낸 독자후보였던 양 위원장의 승리는 ‘찐 NL’의 민노총 접수를 알린 ‘사건’이었다. 종북 성향 탓에 진보진영에서도 따가운 시선을 받던 소수파가 택배·마트·학교·건설 등 비정규직 노조에 공을 들이는 새로운 접근으로 대반전 스토리를 썼다.

양 위원장은 당선 일성으로 “정권과 자본은 낯선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선포했다. 그리고 지금 민노총은 110만 조합원을 동원한 ‘10월 총파업 투쟁’으로 직진 중이다.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자와 서민·중산층의 삶이 무너지는 와중에 내건 파업 슬로건이 ‘한국 사회 대전환’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대한민국 뒤집기’와 동의어로 읽힌다. 양 위원장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모든 사법절차에 불응하겠다”며 영장심사를 거부하고 구인장 집행도 물리력으로 저지한 배경이다.

용인 성남 일대의 급진 운동권 네트워크로 출발한 경기동부연합은 한국 진보정치의 중심이던 민노당 당권 장악에 성공한 2004년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연방제 통일’을 위한 총력투쟁을 결의한 소위 ‘군자산의 약속’(2001년) 이후 집요하게 제도권 진입을 시도한 지 3년 만의 성과였다.

7년 만에 재등판, '대전환' 요구

하지만 ‘당권파’가 된 뒤 일심회 간첩사건에 연루되고 비례대표 부정선거가 들통나면서 진보진영 내부의 평판도 급속 악화됐다. 한때 행보를 같이했던 노회찬 의원은 ‘경기동부연합은 이석기 지하당’이라며 특유의 폐쇄성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후 안하무인에다 시대착오적인 정파를 ‘경기동부스럽다’고 비아냥대는 경향도 생겼다.

경기동부의 진격은 극심한 혼란을 예고한다. 보수·진보 간 갈등 격화는 물론이고, 진보진영 내 헤게모니 쟁탈전도 불꽃 튈 것이다. 성남이 정치적 고향인 여당 유력 대선후보 이재명 경기지사의 행보도 주목 대상이다. 성남시장 당선자 시절 김미희 전 통진당 의원을 인수위원장에 앉히고, 경기동부 거물들을 대거 인수위원으로 위촉한 전력이 있어서다. 경기동부 출신들이 차린 기업에 시(市) 사업을 특혜 발주했다는 논란도 잇따랐다.

이 지사의 남다른 친노조 본색도 관심이다. 4년 전 대통령 선거전 때는 ‘쌍용차 옥쇄 파업’으로 수감 중이던 민노총 위원장을 사면시켜서 고용노동부 장관에 앉히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민노총이 경기동부연합에 접수돼 ‘묻지마 체제 투쟁’을 조직 중인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