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인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들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연일 공세를 퍼붓고, 국민의힘은 ‘희대의 정치공작, 게이트’라고 맞서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아직 판단근거가 모호한 상황에서 진실 규명은 외면한 채 일방적 주장이 난무하며 정치가 산으로 가는 양상이다.

의혹의 핵심은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느냐와,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이 연루됐느냐 여부다. 이게 모두 사실이라면 검찰권력을 사유화(私有化)한 중대한 범죄행위이고, 아니라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정쟁화한 측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당사자들은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사건 핵심인 김웅 의원과 제보자는 오락가락하며 혼선을 부추기고 있으니 무엇이 진실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런데도 여당이 100% 윤 전 총장 지시에 의한 것이라며 사퇴를 요구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고발 사주’가 기사화되기 직전 고급호텔에서 제보자를 만난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개인적 친분에 만났고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했지만 의혹을 살 만하다. 박 원장은 “고발 사주와 관련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해명을 내놔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전격 수사 착수도 논란이 분분하다. 공수처가 고발 사흘 만에 야당 유력 후보를 입건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후보경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는 게 마땅하다. 더욱이 공수처가 “언론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강제수사를 했고, 죄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다음 이야기”라고 한 것도 황당하다. 혐의가 구체화되지 않았는데도 수사부터 시작했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대선이 6개월도 채 안 남았고, 선거 향방을 좌우할 중대 사건인 만큼 공수처는 무엇보다 공정성을 철석같이 지키고,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중립성, 공정성은 공수처의 생명줄”이라고 한 말을 국민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정치권은 사실관계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선거 유불리만 따져 정쟁을 벌이는 것을 삼가야 한다. 앞으로 5년간 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대선판을 이렇게 흔들어 놓으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