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디지털 시대의 '편지 소통'
마음만 먹으면 먼 거리에 있는 이들과도 언제 어디서나 연결될 수 있는 세상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1 대 다(多)로 만나 소식을 전하고, 톡이나 문자를 통해 1 대 1의 긴밀한 대화를 나눈다. 최근에는 현실의 시간을 쪼개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에서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늘었다. ‘엄지로 말하는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우리 시대의 소통은 한결 빠르고 편리해졌다.

이를 두고 디지털 소통의 ‘반향실(Echo chamber)효과’가 진실된 소통을 어렵게 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과만 교류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로 빠르고 손쉬운 소통이 가능해졌지만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된 알고리즘은 취향에 맞는 정보만을 노출해준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나와 맞지 않는 사람에겐 등을 돌리는 ‘절반의 소통’에 익숙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는 진심을 전하고 싶을 때나 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주로 편지를 써왔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쓰기 시작해 20년 넘게 매년 서너 통씩, 길게는 한 통을 30장 넘게 쓴 적도 여러 번 있다. 하지만 꼭 손편지를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 편지지가 없을 땐 컴퓨터로 작성해 출력해주기도 하고, 장문의 톡을 보내기도 했다. 업무로 바쁜 날이 많아 함께한 시간은 적었지만 지금도 딸과 단둘이 여행을 다닐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기회가 될 때마다 진심을 담아 소통하려는 노력 덕분이라는 생각이다.

고객, 직원과도 틈날 때마다 소통한다. 직원들과 수시로 메신저 대화를 하고 명절 같은 특별한 날에는 장문의 편지로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며 덕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우리 상담직원들은 고객에게 감사편지를 자주 받곤 하는데, 필자가 현장을 방문해 상담한 고객에게 명함을 드렸더니 고객이 나중에 ‘그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엉켜 있던 실타래를 풀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셨다. 펜으로 쓴 건 아니었지만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서민들을 더욱 최선을 다해 도와드려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소통의 질은 수단보다는 그 안에 담긴 진심의 무게에 달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인류가 우주에 띄운 ‘병 속 편지’로 불리는 보이저 1호는 초속 17㎞의 빠른 속도로 44년간 항해 중이다. 보이저 1호에 실린 12인치 크기의 구리디스크에는 지구의 사진과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과 음악, 아기 울음소리 같은 것들이 담겨 있다. 이는 언젠가 우주의 누군가가 발견해줬으면 하는 지구인의 간절하고 진심 어린 메시지다. 코로나19 등으로 소통의 디지털화가 일상이 된 지금 가족, 친구, 동료들과 얼마나 진심 어린 소통을 나누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