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웃픈' 재택근무 감시 SW
중국 화웨이는 안보 이슈와 관련한 미국과의 갈등이 표면화하기 전, 본사 방문 고객들에게 스마트시티 인프라 시스템을 보란 듯 자랑했다. 도심 곳곳의 고화질 CCTV가 유동인구의 인상착의와 신상은 물론, 얼굴 표정까지 실시간체크할 수 있어 범죄 예방·추적과 방재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감시와 통제에 둔감한 중국 사회가 아니고서는 상용화하기 힘든 기술들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재택근무하는 세계 각국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재택 장기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 우려가 제기되면서 테라마인드, 클레버컨트롤, 슬랙, 액티브트랙 등 ‘재택근무 원격감시 소프트웨어(SW)’들이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직장 상사(boss)를 위한 SW란 뜻에서 ‘보스웨어’, 또는 고자질 프로그램이란 뜻의 ‘태틀(tattle)웨어’로 불린다. 미국에선 기업 2000곳 중 78%가 이런 SW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엔 일일보고서, 캡처 화면 전송, 화상통화 수준에 그쳤던 재택 근태관리의 진화가 기발하다. 일단 직원들의 온라인 활동 전체를 체크한다. 웹캠으로 찍은 직원 얼굴사진을 자동 전송하고, 키보드 입력과 인터넷 서핑, 채팅 등 직원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들여다본다. 소셜미디어, 동영상 플랫폼에서 오래 머물거나 구직사이트에 접속하는 등 수상쩍은 행동을 하면 바로 보고한다. 중국에선 심박수, 호흡 등 건강정보를 체크하는 ‘스마트 방석’이란 헬스케어 제품도 근태관리에 활용할 정도다.

이런 회사 측에 대항한 ‘안티 보스웨어’도 등장했다. 업무용 채팅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상태를 항상 ‘활성화’해 두거나, 일정 시간마다 마우스나 키보드가 자동으로 움직이게 한다. 감시 프로그램이 깔린 운영체제(OS)와는 별도의 OS를 가동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코로나 위기 장기화 속에 세계적으로 재택근무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재택으로 출퇴근에서 자유로워진 대신, 반대급부로 어느 정도의 통제는 불가피하지 않을까 싶다.

‘감시’는 조지 오웰이 경고한 전체주의 사회나, 빅브러더의 음모만이 아니라 현대인이 누리는 거래와 소통의 편리함에 동반되는 ‘필요악’이란 견해(데이비드 라이언 《감시사회로의 유혹》)가 그래서 눈길 끈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 대한 감시에 가담하고 있지 않은지 되물어볼 일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