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고용보험료가 또 오른다. 며칠 전 건강보험료율 1.9% 인상안이 발표되더니, 이번엔 고용보험이다. 정부는 2019년 1.3%에서 1.6%로 올렸던 고용보험료율을 1.8%로 또 인상하면서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화 방안’이라고 했다. ‘4대 공적보험’의 하나인 고용보험료율을 2년9개월 만에 거듭 올리며 특유의 행정용어로 분칠했지만, 요지는 국민 부담을 키운 것이다.

텅빈 나라살림처럼 고용보험기금도 현 정부 들어 탕진됐다. 2017년부터 적립금이 줄어 2023년에는 고갈될 처지가 되자 근로자와 사업주에 부담을 더 지우는 것이다. 그간 고용보험기금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돈만 7조9000억원에 달한다. 제도가 유지되려면 1조3000억원을 더 빌려야 한다. 이로 인한 이자만 2023년에는 1388억원에 달해 억지로 파산을 막고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여기서도 코로나 탓을 하지만, 그 전부터 선심성 지출이 급증한 것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실업자도 늘었겠지만 실업급여가 9개월로 연장됐고, 지급액도 늘어났다. 심지어 세금으로 만든 ‘관제(官製) 일자리’가 끝난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퍼줬으니 화수분이 아닌 이상 거덜나는 게 당연하다. 이제 누군가 그 비용을 대야만 제도가 유지된다.

선심쓰기로 제도 근간을 위협한 것은 건강보험도 같다. 건강보험료율은 2018년부터 5년 연속 올라 직장인은 내년에 평균 3만원씩 더 내야 한다. 두 보험 모두 근로자·사업주가 분담하니, 중소기업중앙회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이 일하는 대다수 사업주와 근로자가 부담을 더 지게 됐다”고 유감 성명을 낸 것이다. 국민연금은 여당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개혁을 외면한 탓에 납입료율이 그대로다. 하지만 조기 고갈을 면하고 노후연금 구실을 하려면 여기서도 국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세금은 더하다. 주택 재산세는 법정 인상 상한선까지 치솟은 경우가 허다하고, 종합부동산세도 더 이상 ‘부자세’가 아니다. ‘부자 증세’로 법인·소득·상속세율 모두 고공행진이다. 세금과 준조세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국민부담률이 2015년 23.7%에서 2019년 27.4%로 치솟았다. OECD 평균 국민부담률이 0.5%포인트 오르는 동안 7배나 뛰었으니 단연 1위다. 국민 부담이 급증하는데도 기금마다 바닥나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1000조원 빚더미 재정에 더 기대기도 어렵다. 결국 직장인과 사업주를 쥐어짤 것이다. 이 거대한 부실을 메꾸는 데 누가 자기 돈을 기꺼이 내놓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