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통과가 끝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오랜 논의 끝에 ‘구글 인앱결제(앱 내 결제) 강제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계 최초로 마련된 개정법에 따르면 앱마켓 사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사업자로 하여금 특정한 결제방식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애초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자사 앱장터(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은 앱에서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자신들의 시스템만을 사용해야 하는 의무를 사업자들에게 강제할 방침이었다. 이런 구글의 정책이 시행돼 구글 결제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면 10~30%의 수수료 부과와 이에 따른 사용료 인상이 불가피했다.

이번에 인앱결제 강제 금지 조항이 신설된 것은 그동안 창작자와 앱 개발자, 콘텐츠·인터넷 기업 등이 노력한 결과다. 해외에서도 최초의 입법 사례로 높이 평가되고 있고, 유사한 입법을 진행 중인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앱마켓을 규제하는 최초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으로 장차 규제정책 입법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동안 해외 인터넷 사업자들의 다양한 불공정 행위들에 대해 다른 규제정책 기관들의 입법이 활발하지 않은 것이 종종 비판의 대상이 돼 왔는데, 이번 입법으로 일정 부분 해외 사업자들과 국내 사업자들 간 규제의 형평성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에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서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보다 정교하고 국제적인 규제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첫째,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규제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그동안 미디어에 대해서는 주로 방송과 기간통신 산업에 대한 규제에 집중했다. 이 분야는 산업적·경제적 측면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최근 부가통신시장의 성장세가 매우 뚜렷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 미디어 시장 중 부가통신에 대한 규제정책을 명확하게 수립해야 한다.

과거에는 부가통신시장의 성장을 위해 방송이나 기간통신 사업 등에 비해 최소 규제 원칙을 적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플랫폼 시장이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점을 고려해서 부가통신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 철학을 ‘최소규제 원칙’에서 ‘적정규제 원칙’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둘째, 구글·애플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국내 사용자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약화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구글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이 가장 반대했던 근거 중의 하나가 바로 고객 보호장치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 부작용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고, 시장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사업자들의 고객보호 활동 수준이 저하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인앱결제가 금지돼 경제적 측면에서 타격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국내 사용자에 대한 보호 수준을 약화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기관은 철저히 시장을 관찰하고, 이론적 측면에서의 대비도 더 강화해야 한다.

셋째, 복잡화·다양화·국제화돼 가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 확대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무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총체적인 범정부적 역할과 책임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효율적인 정책조율이 필요하다.

이번 법안의 통과과정에서 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민의 권익신장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상호 협조와 중복 규제의 최소화를 위한 모범을 보였다. 앞으로도 국가의 전 분야에서 국민을 위한 적극 행정과 상호 간의 협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