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책임지겠다며 국회의원직 사퇴와 대선 경선 포기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여당이 일제히 공세를 퍼붓고 있다. “속 보이는 사퇴쇼”, “피해자 코스프레”라면서 윤 의원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경력을 들어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런 여당에 대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위선과 몰염치가 횡행하는 정치판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게 여론 반응이다. 의혹은 부친과 관련된 것이어서 국민의힘은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염치와 상식의 정치를 주장해 온 제가 신의를 지키는 길”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12명 중 비례대표 두 명만 출당시켜 의원직을 유지하게 하고, 나머지는 유야무야 넘긴 여당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더구나 여당은 김의겸 열린우리당 의원의 투기 의혹에 대해선 입도 뻥긋 않는다. 전형적 이중잣대인데 윤 의원에게 ‘쇼’라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여당 대선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LH는 피라미고 KDI가 몸통”이라며 수사를 촉구했다. KDI가 예비타당성 조사 담당기관이라고 개발사업 투기의 몸통으로 지목한 것부터 황당하다. 윤 의원 부친이 세종시 농지를 매입한 시기(2016년 5월)는 세종 스마트산업단지가 현 정부의 지역공약(2017년 7월)으로 채택돼 KDI 예타를 통과(2020년 9월)한 것과 시차도 크다. 이렇다 할 증거도 없이 의혹부터 제기하는 것 자체가 가짜뉴스 아닌가.

그런 여당이 가짜뉴스를 없앤다며 ‘언론재갈법’으로 불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밀어붙이니 더욱 어이없다. 국회 법사위에서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요건과 관련, 되레 처벌범위를 더 넓혀놨다. 법사위 권한 축소 법안이 발효되기 전에 ‘마지막 찬스’를 써 개악한 꼴이니 거대여당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여당 대표는 이 법을 비판한 ‘국경없는기자회’에 대해 “뭣도 모른다”고 깔아뭉갰으니 이런 오만이 어디 있나.

여당이 윤 의원 사퇴안 국회 표결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사퇴 안건을 부결시키자니 극렬 지지층 문자폭탄이 두렵고, 가결시키면 자신들의 ‘내로남불’ 행태가 부각돼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미리 ‘윤 의원 때리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격이다. 여당은 윤 의원이 던진 화두를 진중하게 자성하는 계기로 삼고, ‘언론재갈법’ 폭주도 멈춰야 한다.